버섯
천유근
나는 녹슨 철길 위에
내 삶의 포자를 내려놓곤
강으로 갔다
바람,
바람은 불어
산지사방 내쫓기던 세월
을숙도 후미진 갯벌 언저리
속 빈 갈대로 잠시 피었다가
정선군 사북읍 화절령 낯선 들꽃으로 흔들거렸다가
끝으로, 끝으로는 어느 후미진 골목 모퉁이에
그리움으로 잉잉대며 다닥다닥 독버섯으로 돋아오는가
그리하여 다시
얼마만큼의 울음을 내질러야
십일월 겨울 강가에 서성이는
강 그림자로 일렁일 수 있겠는가
알 수 없는 계절은 수없이 지나가는데.
-전문(p.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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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크 『나비詩會』 2022 - 창간호 <나비 친구들> 에서
* 천유근/ 1961년 경주 출생, 2022년 『사이펀』으로 작품활동 시작, <시시비비>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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