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버섯/ 천유근

검지 정숙자 2023. 3. 10. 02:10

 

    버섯

 

    천유근

 

 

  나는 녹슨 철길 위에

  내 삶의 포자를 내려놓곤

  강으로 갔다

 

  바람,

  바람은 불어

  산지사방 내쫓기던 세월

  을숙도 후미진 갯벌 언저리

  속 빈 갈대로 잠시 피었다가

  정선군 사북읍 화절령 낯선 들꽃으로 흔들거렸다가

  끝으로, 끝으로는 어느 후미진 골목 모퉁이에

  그리움으로 잉잉대며 다닥다닥 독버섯으로 돋아오는가

 

  그리하여 다시

  얼마만큼의 울음을 내질러야

  십일월 겨울 강가에 서성이는

  강 그림자로 일렁일 수 있겠는가

 

  알 수 없는 계절은 수없이 지나가는데.

     -전문(p.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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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크 『나비詩會』 2022 - 창간호 <나비 친구들> 에서

  * 천유근/ 1961년 경주 출생, 2022년 『사이펀』으로 작품활동 시작, <시시비비> 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