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포항 오어사의 원효와 혜공/ 윤동재

검지 정숙자 2023. 3. 11. 01:35

 

    포항 오어사의 원효와 혜공

 

    윤동재

 

 

  원효가 오어사 요사채

  혜공의 방을 찾아

  자신이 쓴 금강삼매경론을 보어주며 읽어보라 했네

  혜공은 나는 무문자경이나 읽을 줄 알지

  문자경은 읽을 줄 모른다며

  손사래를 쳤네

  원효는 혜공도 이젠 

  문자경도 읽어야 한다고 하며

  금강삼매경론을

  다시 혜공의 턱밑까지 들이밀었네

 

  원효는 또 혜공에게

  얼마 전 자기 손자가

  신라 사신으로 일본국에 갔더니

  일본국 사람들이

  원효의 손자라는 걸 알고

  원효가 쓴 금강삼매경론을 읽고

  원효를 직접 뵙지 못한 것을

  깊이 한탄했는데

  원효의 손자라도 만나니

  더없이 기쁘다고 하더라며 자랑했네

 

  혜공은 원효의 얘기를 듣다가

  벌컥 화를 내고

  그동안 원효의 법력이

  대단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구나

  그게 아니구나 하며

  집어 들고는

  아궁이로  던져 버렸네

 

  원효가얼른 아궁이로 가서

  금강삼매경론을 도로 집어 와서는 혜공에게 한 마디하기를

  혜공은 늘 알음알이가 없는 중생도 득도할 수 있다며

  그깟 알음알이가 무슨 대수냐고 하지만

  알음알이에 끄달려 알음알이를 내려놓지 못하는 중생에게는 

  금강삼매경론이 득도의 가장 좋은 방편이라 했네

  그러자 혜공이 벌떡 일어나

  네가 물고기를 잡아먹고 눈 똥이 내 물고기다 외쳤네

  원효도 뒤질세라 벌떡 일어나

  네가 물고기를 잡아먹고 눈 똥이 내 물고기다 외쳤네

     -전문(p. 2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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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文學 史學 哲學』 2022-겨울 · 2023-봄 (71-72)호 <문학_겨울 특집 7인 시선>에서

  * 윤동재/  1982년『현대문학』 시 추천 완료, 시집 『아침부터 저녁까지』『날마다  좋은 날』『대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