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 플레이
- 미망인
정숙자
그 돌은 내가 태어날 때부터 곁에 있었다
그 큰 돌이 어떻게 항상 내 시야視野에 들어오는지 알 수 없었다
해와 달과 어머니···
피라미드와 큐브···
때론 성자와 짐승의 골격이기도 했다
나는 그 때문에 운 적 있지만
그로 인해 시든 적 없다
그게 더 이상한 일 아닐까 출렁출렁 고비조차 구름판으로 틀어버리며
<점점 <확고히 <결국 수호신으로까지 밀어 올렸다
그런데 갑자기
그 돌이 깨졌다
왠지 스산하고 휑한 기류가 한순간 소용돌이를 일으켰는데 그때 사자死者가 데려간 것은 아닐까
해 뜨는 길 끝없이 꼬여
태풍 불러 입고 (스스로) 돌아가 버린 것은 아닐까
당황과 공황이 수평선에 쌓인다
내가 과연 그 돌 없이 잘 늙어갈 수 있을까
삼백육십 도 후폭풍만이 그가 남긴 모든 것일까
- 『이상』 2013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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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공검 & 굴원』(3부/ p. 82)에서/ 2022. 5. 16. <미네르바>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 『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외, 산문집 『행복음자리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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