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것으로 가득한
강현국
2022년 10월 22일 오전 11시, 『시와반시』 30년을 대구문학관에 기증했다. 든든한 집안에 자녀를 출가시킨 기분이었다. 아니, 어깨가 튼튼한 사내에게 나를 맡기고 오는 느낌이었다. 뿌듯하고 허망한, 기볍고 무거운 양가의 감정으로 데미안과 함께 동성로를 걸었다. 내 속에서 솟아나오려는 것,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보려고 했다. 왜 그것이 그토록 어려웠을까. 지나간 30년이 아득했고 다가올 30년이 막막했다. 아득하고 막막한, 없는 것으로 가득한, 먼 곳으로 오가는 길이 저무는 숲처럼 애잔했다.
- 전문(p.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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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시학』 2023. 1 - 2월(611)호 <신작시> 에서
* 강현국/ 1976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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