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매복 작전/ 권기혁

검지 정숙자 2023. 1. 24. 02:35

<2022년. 제21회 병영문학상/ 최우수상 수상작>

 

    매복 작전

 

    권기혁/ 육군 21사단 수색대대

 

 

  보름달이 남중한 자정

  어제와 오늘의 경계에 우뚝 서서

  입에서 뿜어대는

  창백한 연기를 바라본다

 

  사십억 년이 넘은 암석에

  반사된 이 거대한 빛이

  삼십팔만 킬로미터를 달려와

  이름 모를 풀과 부딪혀

  이 녀석의 그림자가

  차디 찬 아스팔트 위로

  곤두박질 친다

 

  고개를 치켜들고

  파도처럼 굽이치는

  능선길 위 투광등을 보며

  별이 하늘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어디 있을지 모르는

  이름도 모르는 풀벌레들이

  어디 있을지 모르는

  이 땅에 묻힌 영혼들을

  위로하듯 합창한다

 

  나는 그들의 노래를 듣는

  관중이 되어 오늘도

  호국영령에게 진

  빚을 갚는다

   -전문(p. 376-377)

 

  * 심사위원: 문효치  박찬선  김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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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간문학』 2022-12월(646)호 <제21회 병영문학상 시 부문 최우수상 수상작>에서

  * 권기혁/ 육군 21사단 수색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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