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제21회 병영문학상/ 시 최우수상 수상작>
매복 작전
권기혁/ 육군 21사단 수색대대
보름달이 남중한 자정
어제와 오늘의 경계에 우뚝 서서
입에서 뿜어대는
창백한 연기를 바라본다
사십억 년이 넘은 암석에
반사된 이 거대한 빛이
삼십팔만 킬로미터를 달려와
이름 모를 풀과 부딪혀
이 녀석의 그림자가
차디 찬 아스팔트 위로
곤두박질 친다
고개를 치켜들고
파도처럼 굽이치는
능선길 위 투광등을 보며
별이 하늘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어디 있을지 모르는
이름도 모르는 풀벌레들이
어디 있을지 모르는
이 땅에 묻힌 영혼들을
위로하듯 합창한다
나는 그들의 노래를 듣는
관중이 되어 오늘도
호국영령에게 진
빚을 갚는다
-전문(p. 376-377)
* 심사위원: 문효치 박찬선 김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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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간문학』 2022-12월(646)호 <제21회 병영문학상 시 부문 최우수상 수상작>에서
* 권기혁/ 육군 21사단 수색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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