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세설원 문지기 진돗개 두 마리/ 조성국

검지 정숙자 2022. 12. 20. 03:03

 

    세설원 문지기 진돗개 두 마리

 

     조성국

 

 

  이젠 낯익을 법도 한데

  좀체 경계의 눈초리를 풀지 않아서

  꽤 옹색해 있던 터에

  먼저 입주한 작가들이 이렇게 좀 해 보시라 일러준다

  선심 쓰듯 비싼 육포 사다 주고

  백숙 먹고 남은 껍닥이나 뼈다귀 챙겨다 주며 낯을 읽히다 보면

  일테면 꼬박꼬박 밥을 챙겨다 주는 시늉을 하면

  살살 꼬릴 쳐댄단다

  벌러덩 뱃구레 드러내며 아양을 떤단다

  입주해 있는 동안

  나는 이러저러한 서책도 많이 읽고 글도 제법 낳았지만 그중에

  제일 잘한 것은

  끼니때면 종종 밥 주러 가는 내 발걸음 소릴 먼저 알아듣고

  짖지 않는 문지기의 머리통을 가만 쓰다듬어 주는 일이다

 

  사람 사는 일도

  별반 다르지 않아서

  적어도 이 정도쯤은 해야 해서

     -전문(p. 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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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간 시 전문지 『사이펀』 2022-겨울(27)호 <신작시> 에서  

  * 조성국/ 1963년 광주 출생, 1990년 『창작과비평』으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 『슬그머니』『둥근진동』『나만 멀쩡해서 미안해』『귀 기울여 들어줘서 고맙다』등, 동시집『구멍 집』, 평전『돌아오지 않는 열사, 청년 이철규』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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