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그 검정새가 "악!"을 외치네/ 호영송

검지 정숙자 2022. 12. 13. 01:47

 

    그 검정새가 "악!"을 외치네

 

    호영송

 

 

  하늘에 검정새가 하나 난다.

  하늘에 검정새가 또 하나 난다.

  그러나 웬걸 하늘엔 푸르름이 더 많다네.

  검정 새가 큰 소리로, 우악스레 떠발기네.

  "아!~ㄱ, 아!~ㄱ, 아!~ㄱ"

  하늘 백지 노트에

  아!~ㄱ, 아!~ㄱ, 아!~ㄱ"이 고스라니 찍힐 듯.

 

  옛날 우리네 마을들엔 기이한 전설도 있었지.

  그들 검정새 울면 사람들 줄이어 쓰러져 나간다고.

 

  이 즈음엔

  새들이 또 웃는다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범한다며? 아, 아, 아   "

  웃을 일 쐐구 쐤다며

   "아!ㄱ, 아!ㄱ, 아!ㄱ" 하고 웃는다.

  글씨가 하늘에 찍힌다.

   "아!ㄱ, 아!ㄱ, 아!ㄱ"

  저 되놈의 나라에선 금 까마귀*라 했다던데.

 

  그러나

  "악!"이

  널리 번지지 않았으면!

  이 늙은이에겐 평화의 소망이 염치없이 피어오른다네.

  그러나

  저 하늘엔 푸르름이

  더욱 많다네.

  하늘엔 검정새가 지금도 그 이상한 웃음을 흘리고 있다네.

    -전문(p. 41-42)

 

   * 註: 옛 중국인들은 금오金烏 전설을 믿었다.

 

   * 블로그註: 맞춤법과 띄어쓰기, 원본 대로 수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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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과창작』 2022-여름(174)호 <원로 중진 시인 신작시> 에서

  * 호영송/ 1962년 시집 『시간의 춤』으로 등단, 시집『영송시집』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