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검정새가 "악!"을 외치네
호영송
하늘에 검정새가 하나 난다.
하늘에 검정새가 또 하나 난다.
그러나 웬걸 하늘엔 푸르름이 더 많다네.
검정 새가 큰 소리로, 우악스레 떠발기네.
"아!~ㄱ, 아!~ㄱ, 아!~ㄱ"
하늘 백지 노트에
아!~ㄱ, 아!~ㄱ, 아!~ㄱ"이 고스라니 찍힐 듯.
옛날 우리네 마을들엔 기이한 전설도 있었지.
그들 검정새 울면 사람들 줄이어 쓰러져 나간다고.
이 즈음엔
새들이 또 웃는다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범한다며? 아, 아, 아 "
웃을 일 쐐구 쐤다며
"아!ㄱ, 아!ㄱ, 아!ㄱ" 하고 웃는다.
글씨가 하늘에 찍힌다.
"아!ㄱ, 아!ㄱ, 아!ㄱ"
저 되놈의 나라에선 금 까마귀*라 했다던데.
그러나
"악惡!"이
널리 번지지 않았으면!
이 늙은이에겐 평화의 소망이 염치없이 피어오른다네.
그러나
저 하늘엔 푸르름이
더욱 많다네.
하늘엔 검정새가 지금도 그 이상한 웃음을 흘리고 있다네.
-전문(p. 41-42)
* 註: 옛 중국인들은 금오金烏 전설을 믿었다.
* 블로그註: 맞춤법과 띄어쓰기, 원본 대로 수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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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과창작』 2022-여름(174)호 <원로 중진 시인 신작시> 에서
* 호영송/ 1962년 시집 『시간의 춤』으로 등단, 시집『영송시집』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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