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공우림(空友林)의 노래 · 33/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22. 12. 10. 02:59

 

    공우림空友林의 노래 · 33

 

    정숙자

 

 

  달 중에 제일 어린 초승 달님은

  달 중에 제일 예쁜 꽃잎이래요

 

  천성으로 지닌 둥그런 사랑

  강보에 ᄊᆞ여 모르는 채로

 

  하루 건너 발그레 벙그는 얼굴

  기러기도 구름도 들여다보곤

 

  황홀히 입 맞추며 떠난답니다

  바람 함께 조심조심 지난답니다

   (1990. 8. 31.)

 

         

 

 

  서른 중반을 넘긴 딸과 제가 거실 창가에 나란히 서 있었습니다. 보름달이 만개한 날이었지요. ᄄᆞᆯ과 저는 35+35년 동안의 추억을 불러냈습니다. 그러다가 저 달이 정말 그   옛날 그   달일까? 제가 ᄃᆞᆯ을 향해 불쑥 물었습니다.

 

  “, 니가 진짜 그때 그- 달이냐?”

 

  “엄마, 저 달이 나이가 몇인데 반말이에요?” (아아, 얘가 동시를 잘 지었었는데···, 열어줘야 했는데···, ···, 세상이···, 힘들더라도···, ···,)

  -전문(p. 68-69)

 

 

  ● 시인의 말

  세월 저쪽의 미발표원고 한 묶음을 발견했을 때의 놀라움을 뭐라 표현해야 하나? 야생이란 말이 먼저 떠오른다. “나는 여덟 살 때 처음으로 야생의 물을 맛보았다”(스티븐 헤로드 뷰너 『식물의 잃어버린 언어』 18쪽, 2005, 나무심는사람)라고 적힌 책을 다시 펴 보았다. 동·식물도 아닌 물을 일컬어 ‘야생’이라니! 나의 「공우림의 노래」에도 ‘야생’이란 그 말, 놔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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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로여는세상』 2022-겨울(84)호 <신작시> 에서

  * 정숙자/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공검 & 굴원』『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 등, 산문집『행복음자리표』『밝은음자리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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