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 박인환문학상 수상자/ 근작시 > 中
달의 자화상
심은섭
서른을 넘긴 첫째아이가 말을 건넬 때마다 그의 몸속에서 내가 빠져나왔다 내가 그 아이에게 말을 건넬 때는 내 몸속에 나의 아버지가 산다는 것도 알았다
태양이 붉은 체온을 식히는 시간을 내가
수없이 생산해 내는 동안,
내 몸 속에서 열두 개의 달이 떠올랐다 그럴 때마다 쉰 살의 9부 능선을 넘는 나에게 저녁노을을 등에 업고 들려주시던 아버지의 사냥교본을 읽으며 산다
낮달이 무심코 교차로를 건너는 동안
라일락꽃이 피고
늦은 오후가 밤 아홉 시 쪽으로 점점 기울어질수록 나는 아버지의 윗모습의 몸속에서도 내가 푸르게 기억하던 열두 개의 달이 원형을 간직한 채 떠오르리라
전문, 『시와편견』 2021-가을호
* 심사위원: 이형권 배한봉 이성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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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현실』 2022년 가을(87)호 <특집/ 박인환문학상 수상자/ 근작시> 에서
* 심은섭/ 2004년『심상』으로 시인 등단, 2006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등단, 시집『K과장이 노량진으로 간 까닭』『Y셔츠 두 번째 단추를 끼울 때』등, 평론집『한국현대시의 표정과 불온성』『상상력과 로컬시학』, 공저『달빛물결』『강릉을 사랑한 선비 어촌 심언광』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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