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은
나태주
내 고향은
산, 산
그리고 쪽박샘에
늙은 소나무,
소나무 그림자.
눈이 와
눈이 쌓여
장끼는 배고파
까투리를 거느려
마을로 내리고
눈 녹은 마당에서
듣는
솔바람 소리.
부엌에서 뒤란에서
저녁 늦게 들려오는
어머니 목소리
-전문 (p. 112)
▶나태주 시의 서정과 지상의 사랑/『나태주 대표시 선집』(2017.9.)을 대상으로(발췌) _김미연/ 문학평론가, 진주교대 강사
나태주(1945~ ) 시인은 충남 서천에서 출생하여 공주사범학교, 충남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하였다.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대숲 아래서』로 등단했다. 제43대 한국시인협회 회장을 역임하고 31회 김달진문학상을 수상하였다.
나태주 시인은 서정의 틀을 고수하는 베스트셀러 시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p. 100)
고향에는 산이 있고 쪽박샘이 있고 늙은 소나무가 있고, 겨울에는 눈이 내리고 그런 날 꿩은 암수컷이 마을로 내려오고 낮에 눈 녹은 마당에 솔바람소리 들리고 부엌에서 뒤란에서는 어머니 목소리 들린다. 고향이다. 꿩이 움직이고 솔바람소리 들리니 자연은 그 자체로 신비다. 거기에 어머니 목소리가 원형이다. 자연은 날것이나 바람이나 내리는 눈이거나 산수자연이다. 가함이나 인위가 무위로 있으면서 인간은 어머니 같은 모성으로만 존재하는 곳이 바로 서정의 공간이다. 나태주는 1971년 등단년도인데 그 시대에 「내 고향은」을 읽으면 때 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순수 서정이 시 전체에 흐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p.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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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네르바』2022년 가을(87)호 <현대 시인 열전 -17> 에서
* 김미연/ 2015년월간문학』으로 문학평론 & 『월간문학』으로 시조 부문 등단, 시집『절반의 목요일』, 평론집『문효치 시의 이미지와 서정의 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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