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성포 블루스
강명수
바람이 산등성이 아래로 해를 밀어 넣는다
산등성이를 기어오르는 갈대꽃들은
뉘엿뉘엿 지는 해를 바라보며 허연 갈기를 흔들고 있다
갯벌은 하루의 고단함을 슬며시 풀어놓으며
삐져나온 마지막 햇살을 깔고 드러눕는다
덕장엔 어부들의 그림자가 매달려 있다
젖어드는 짠바람 물고 엮어진 굴비들이
어둠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간다
밤바다 휘황찬란한 크루즈를
목 늘여 바라보면서 한숨으로
하루를 헤쳐 나갈 지느러미는 투덜댄다
물 없는 세상에서 새로운 리듬을 익힐 때까지
바닷바람이 수놓은 별빛을 쓰윽 끌어당겨
뜬눈으로 검은 밤의 스텝을 밟는다
-전문-
해설> 한 문장: 「법성포 블루스」에는 "법성포"의 아름다운 정취가 수려하게 펼쳐지는 속에 우리 삶이 가진 녹진함이 절절히 배어져 나온다. 미국 남부의 흑인 노예들이 우리나라의 산과 신명에 맞닿아 있다. 어쩔 수 없는 운명 앞에서 그 생의 고통을 견디면서 신명이라는 흥을 잃지 않는 우리네의 인생살이가 그렇지 않은가. 느린 곡조의 장조와 단조가 구별되지 않는, 슬프면서도 흥겨운 블루스와 같은 삶이 우리의 마음을 휘감는다. 이렇게 "어부들"의 삶과 "굴비들"의 삶은 공명한다. 시인은 "덕장"에 매달려 바닷바람에 눅눅하게 숙성해 가는 "굴비들"에게서 우리의 고단한 삶을 읽어 내고 있다. 결코 쉽지 않은 우리네 인생살이에 따듯한 위로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p 시 28/ 론 98) (차성환/ 시인, 한양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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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법성포 블루스』에서/ 2022. 8. 17. <시작> 펴냄
* 강명수/ 2015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제1회, 김삼의당 시· 서· 화 공모대전> 대상 수상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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