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페르소나 외 1편/ 강경호

검지 정숙자 2020. 5. 31. 17:26

 

 

    페르소나 외 1편

 

    강경호

 

 

  사원에서 기도하던 사람이 쓰러졌다

  하느님조차 어쩌지 못한 전염병이 창궐하는가

  속수무책 모두가 쓰러지는가

  사람들은 바이러스의 대반격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소와 돼지 닭들도 매몰처리되고 있는데

  부끄러움을 깨달은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는데

  실상은 바이러스 때문이 아니다

  가면무도회의 전통은 오래되었다

  마음 가장 깊은 곳에 독사처럼 또아리를 틀고 있는

  욕망이 마스크 안에 감춰져 있다

  그 탐욕스러움이 기도를 하게 하고

  기도에 대한 응답이

  찬란한 문명이 되었다

  며칠째 사람들은 약국 앞에서

  천국행 티켓을 구매하듯

  불안한 마음으로 마스크를 기다리고 있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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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적 거리

 

 

  처음에는 모르는 사이였다

  차차 알아가며

  우리 사이의 거리도 마침내 좁혀졌다

  이제 너를 사랑하므로

  우리 사이에는 거리가 없다

  때론 와락 껴안기도 하고

  서로 눈을 바라보면

  내면에 깃든 우리의 영혼은 뜨거웠다

 

  그러나 너와 내가 사랑하기 적당한 거리가 있다 한다

  최소한 2m쯤 떨어지라고 한다

  그대의 따스한 온기와 향내를 맡을 수 없는 거리

  2m 이상 떨어져서

  마주보지도 말라 한다

  그대의 원망이 전염이 될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함께 밥 먹자는 좋은 말도

  하지 말라고 한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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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과창작』 2020-여름호 <중견 시인 24인/ 신작시> 에서

  * 강경호/ 1997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잘못든 새가 길을 낸다』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