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시인(詩人)/ 우원호

검지 정숙자 2019. 12. 27. 01:35

 

 

    詩人

 

    우원호

 

 

  우주를 동경하는 지구의 그 어느 외로운 생의 방랑자가

  있어

 

  그가

  불확실한 우주의 미래를 바라본다

 

  우주宇宙 안의 모든 사물들은

  불안정한 시간 앞에 멈춰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지구는 공전한다

 

  조물주가 그러하듯

  그의 마음 또한 호기심이 충만하다

 

  거울처럼 그의 영혼에 새로이 존재하는

  또 다른 조물주의 영혼

 

  빈 몸을 소유하고 하는 물방울의 존재처럼

  맑고 순수하다

 

  누가 그를 비난하랴?

  인간들의 법이 따로 필요없는 그다

 

  새로운 세계의 관조觀照와 불투명한 문장들의 향연享宴

  그를

 

  삼백예순 날을 하루같이 계속해서

  유혹한다

 

  그를 통해

  미완성의 언어가 자신을 복제하는 詩의 언어로 완성된다

 

  그는 완전한 자유인自由人

 

  비로소

  그는

 

  자신만의 이상향과 우주를 창조하는

  또 한 사람의 시인이 된다

 

  언어보다 폭력적인 것은 없다. 그러나 언어보다 아름다운 것도 없다. 매순간 불과 얼음 사이를 오가는 천형을 받은 자!*

  그가 시인이다

    -전문-

 

 

     * 최형심의 2018년 웹진 시인광장 '100인의 시인에게 듣다' 메시지에서 인용

 

 

 

  해설> 한 문장: 미국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다는 에밀리 디킨슨의 시는 어려운 비유나 상징이 많지 않은 진술의 시임에도 불구하고 시는 가냘픈 정서 안에 불의 힘을 가지고 있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에밀리 디킨슨은 자신의 시에 대한 신념이 있기에 소박하지만 강력한 메시지를 담을 수 있었다. 「詩人」의 "매순간 불과 얼음 사이를 오가는 천형을 받은 자!*"는 최형심 시인의 시을 인용했다고 주석이 있다. 시인의 고전적인 정의가 나에게도 익숙하니 최형심 시인도 다른 텍스트에서 인용했거나 혹은 그 정서의 충격을 환기했는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의식과 문화에 DNA처럼 자신을 계속 복제하는 문화 원형을 수잔 블랙모어는 밈(meme) 라 정의했다. 밈(meme)'은 불교나 기독교의 사유처럼 혹은 위대한 예술 형식처럼 계속 인류의 의식을 지배하며 자신을 복제한다. 위대한 시들도 자신을 복제한다. 혹은 위대한 시인의 삶과 양식도 자신을 복제한다. 시와 시인의 삶에 아름다움과 경탄을 느끼는 우원호 같은 시인으로서의 혹은 독자로서의 의식에 의해, 그 의식이란 "밤하늘의 별을 볼 때 나는 경외의 아름다움 속에 있다"는 숭고의 상태이다./ 우원호의 시들은 문화 복제자로서서의 밈(meme) 인류의 의식을 통해 계속 내려오고 있는 원형 주제들-의 내용들이 들어온다. 고전과 천재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전승되는 밈(meme)은 우원호의 지성과 정서에도 DNA 복제처럼 스며들어 반복한다.(p.99) (김백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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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영 대역 시집 『폴 세잔의 정물화가 있는 풍경』에서/ 2020. 1. 1. <시인광장> 펴냄

  * 우원호/ 1954년 서울 출생, 2001년『문학 21』로 등단,  시집『도시 속의 마네킹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