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신문》2019-1-1 (화) 22면
[아침시산책]/ 김밝은(시인)
축복
정숙자
제가 만일 화가라면
해바라기 그리겠어요
그 높은 줄거리 아래
어린 나팔꽃도 그리겠어요
이윽고 두 줄기
한 몸이 되어
누구도 떼어놓지
못하게 될 때
제가 만일 화가라면
신의 축복을 전하겠어요
화폭 가득
금가루 같은
수많은 꽃송이를 그리겠어요
- 시집『이 화려한 침묵』명문당. 1993.
■ 희로애락을 뒤로 하고 어느덧 또 한 해가 가고 새해가 밝았다. 힘든 시간 속에서도 다가오는 날들에 대한 희망 때문일까. '축복'이라는 말에 눈길이 간다. 해바라기와 나팔꽃 줄기가 '한 몸이 되어' 끝내 어느 '누구도 떼어 놓지 못'할 얼굴은 누구일까. 죽음도 끝내 갈라놓을 수 없는 간절한 누구이거나 더 나아가서는 분단된 조국을 떠올리게도 한다. 시인이 그토록 눈물겨운 한 몸에 '신의 축복'을 전달해 주었으니, 황금 돼지해인 2019년 새해에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부로 이별하지 않는 세상, '금가루 같은 꽃송이'들이 환하게 피어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김밝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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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신문/ 2019년 1월 1일 (화) [아침시산책]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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