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현대시회 시인상 수상작
[우리가 퇴장하면]강남이 강남일까
이귀영
나 여기에 있는데 내가 어디 있는지 나도 찾을 수가 없다.
어디라고 말해야 하나
사방이 문이다. 사방 벽을 열면 갇혀 있는 얼굴들
바람 사이 소리 사이 좌표가 이동한다. 사방 숫자가 움직인다.
어느 우주가 어떤 우주를 순화시키고 있는지
아침은 그곳에서 떠오르고 석양은 벤치에서 저물어
나무 걸음으로 퇴장한다.
나는 퇴장하고[우리가 퇴장하면]강남이 강남일까,
서성이던 사슴 기린 고라니 사라졌다.
날아다니는 물고기 떼 은행나무가 사라졌다.
맑은 날 보이지 않던 거리가 폭우 쏟아지면 보이는 거리
너와 나[우리의]흑백 배경이 바뀌어 여기까지 오느라
다 닳은 신발, 다만 던져버릴 것들,
매일 회전하던 무대 사라지고 11번 출구 사라지는 무한數,
내 위치 알 수 없는 數, 좌표 이동한다.
달팽이는 항상 도달하고 항상 사라지고
잘라버려야 아름다운 몸
아름다운 신전은 얼마나 품으면 따뜻할까
무수히 줄어드는 70억, 인류 혼돈은 흐르다가 질서가 되었는데
'우는 여인'의 분출로 개벽으로 사방이 물이 나 이동한다.
-전문-
*심사위원 : 원구식 최춘희 이초우 이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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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EM ④ 2017』<제3회 현대시회 시인상 수상자 특집/ 수상작 5편 중에서> 2017.1.10.<한국문연>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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