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그는 길을 나섰다
조재구
한 움큼의 약을 손바닥에 오무려 쥐고는
살려고 먹는다
사는 동안 아프지 않으려고 먹는다.
숨 쉬는 동안 가족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것일까
늘상 습관처럼 한 모금의 물로
입안에 털어 넣는다.
그러고서는, 오늘의 할 일을 생각해 보니
한참을 생각해 보니
글쎄, 무엇을 한다고 했더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냥, 방안을 서성거린다
파리 한 마리가 방으로
거실로
신경을 쓰이게 한다
한참을 쳐다보다가 파리채를 잡는다
파리채에 달라붙은 주검을 본다.
-전문-
후기> 한 문장: 벌써, 몇 년이 되었군요. 전국적으로 천여 명의 회원을 모시고 23년을 잘 나가던 月刊 『엽서문학』을 폐간했습니다. / 일이 있어 수입이 있을 때는 지방자치의 지원금과 모자란 부분은 개인의 사비로 출판하여 전국으로 우편 발송을 했으니까요. 이제는, 나이가 많아 위험하다고 찾지 않아 일이 끊기고 나니 매달 나오는 사십여만 원의 국민연금으로는 지속될 수 없으니까요. 몇 달은 전국에서 전화가 계속 빗발치더군요. 어느 지방에선 없는 것도 지방 문화로 만들어 축제 행사를 하는데 외국에까지 알려진 『엽서문학』을, 전국의 문학인들 사이에서는 입으로, 인터넷을 통하여 『엽서문학』을 부러워하는데 23년의 긴 기간을 결간 없이 운영해온 세계 어느 곳에서도 그러한 문학지가 없는 『엽서문학』을 폐간시킨다고 아쉬워하며 항의가 들어오지만 별 뾰족한 수가 없잖아요. …… (조재구/시인)
---------------
* 시집『못난이를 사랑한 바보들』에서/ 2016.11.15. <한국 아카이브>펴냄
* 조재구/ 1990년 『서세루詩』로 등단, 시집 『잊어버린 고향』『아담의 고백』외 다수, 前 엽서문학 발행인, 제1회 농민문학상 · 허균문학상 · 황희문화예술상 외 다수 수상
'시집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순간 풍경/ 황상순 (0) | 2016.12.15 |
|---|---|
| 물의 나이테/ 이서화 (0) | 2016.12.15 |
| 연못의 독서/ 길상호 (0) | 2016.12.10 |
| 왕의 광장/ 이해원 (0) | 2016.12.09 |
| 삽의 소리/ 고은산 (0) | 2016.12.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