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새/ 장종권

검지 정숙자 2011. 1. 23. 00:43

 

   새


   장종권



  연변대학 교정에 우두커니 앉아있으려니

  새 한 마리 날아와 속삭입니다.

  일어나라, 이제 집에 가자.


  가만히 들여다보니

  인천 구월동 내 집 앞 나뭇가지에서

  매일 속삭이던 녀석이었습니다.

  모습도 똑같았고,

  속삭이는 말도 똑같았습니다.


  녀석이 나를 따라

  서해바다를 건너고 만주벌판을 가로질러 왔거나,

  아니면 휴전선을 훔치고 평양과 압록강, 혹은 두만강을

건너

  예까지 온 것입니다.


  일어나라, 이제 집에 가자.

  녀석의 속삭임에 문득 몸 털고 일어납니다.



  *리토피아문학회 앤솔러지/제8집 『꽃의 또 다른 출구』에서

  *2010.10.5 <리토피아>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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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종권/ 전북 김제 출생, 1985년『현대시학』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