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장종권
연변대학 교정에 우두커니 앉아있으려니
새 한 마리 날아와 속삭입니다.
일어나라, 이제 집에 가자.
가만히 들여다보니
인천 구월동 내 집 앞 나뭇가지에서
매일 속삭이던 녀석이었습니다.
모습도 똑같았고,
속삭이는 말도 똑같았습니다.
녀석이 나를 따라
서해바다를 건너고 만주벌판을 가로질러 왔거나,
아니면 휴전선을 훔치고 평양과 압록강, 혹은 두만강을
건너
예까지 온 것입니다.
일어나라, 이제 집에 가자.
녀석의 속삭임에 문득 몸 털고 일어납니다.
*리토피아문학회 앤솔러지/제8집 『꽃의 또 다른 출구』에서
*2010.10.5 <리토피아>펴냄
----------------------------------------------
*장종권/ 전북 김제 출생, 1985년『현대시학』으로 등단
'사화집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나는 언제까지 혁명의 책들을 골라올까?/ 맹문재 (0) | 2011.03.12 | 
|---|---|
| 삼신할머니/ 송은영 (0) | 2011.01.24 | 
| 언제나없이/ 남태식 (0) | 2011.01.22 | 
| 안녕, 누렁이/ 이신 (0) | 2011.01.21 | 
| 오래된 사랑/ 박수현 (0) | 2011.0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