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시인의 시

국화제(菊花祭)/ 범대순

검지 정숙자 2016. 3. 5. 13:35

 

 

    국화제(菊花祭)

 

    범대순(1930~2014, 83세)

 

 

  일상을 접고 묵념한 뒤

  국화 자색 앞에 꿇고 앉는다

 

  여러 손 고루고루 새 쌀로 빚은 술

  세 번 붓고 재배하였다

 

  가을 서석* 높고 푸른

  흰 구름과 하늘의 까닭이 아름답구나

 

  돌아보니 큰 들 긴 역사 고랑 고랑

  생각나는 사람들

 

  일제가 있었다 전쟁이 있었다

  그리고 모진 기상을 산

 

  오솔길 같은 팔십의 나이가

  스스로 향기롭다.

 

  * 서석: 무등산의 옛 이름 

 

  ------------

  * 2013년 한국시인협회 사화집

 『시인들 생명을 그리다에서/ 2013. 5.1. <홍영사>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