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제(菊花祭)
범대순(1930~2014, 83세)
일상을 접고 묵념한 뒤
국화 자색 앞에 꿇고 앉는다
여러 손 고루고루 새 쌀로 빚은 술
세 번 붓고 재배하였다
가을 서석* 높고 푸른
흰 구름과 하늘의 까닭이 아름답구나
돌아보니 큰 들 긴 역사 고랑 고랑
생각나는 사람들
일제가 있었다 전쟁이 있었다
그리고 모진 기상을 산
오솔길 같은 팔십의 나이가
스스로 향기롭다.
* 서석: 무등산의 옛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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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한국시인협회 사화집
『시인들 생명을 그리다』에서/ 2013. 5.1. <홍영사>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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