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자전거와 나팔꽃/ 유금옥

검지 정숙자 2023. 10. 1. 15:56

<동시>

 

    자전거와 나팔꽃

 

     유금옥

 

 

  오랫동안 타고 다니던 자전거가 고장 났다. 나는 세 자전거를 샀고 그 자전거는 담벼락 옆에 세워 두었다. 어느 날 보니···, 쓸 만한 뒷바퀴는 떼어내 누군가에게 주고 종달새같이 지저귀던 은빛 종도 크레파스를 담던 바구니도 뗴어네 누군가 필요한 자전거에게 주고 이제 그 자전거는 앙상한 갈비뼈만 남았다.

 

  나는 그 자전거가

  사후 장기기증을 약속하고 돌아가신

  친척 집 할아버지 같다고 생각했다.

 

  햇볕 따스한 오늘 아침에 보니

  녹슨 갈비뼈 사이에

  빨간 나팔꽃 한 송이가 피어 있었다.

 

  꽃밭이 선물한

  새로운 심장이었다.

    -전문(p.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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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간 P. S』 2023년-가을(3)호 <P.S 동시> 에서

  * 유금옥/ 2004년 『현대시학』으로 시 부문 & 201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 부문 등단, 시집 『줄무늬 바지를 입은 하느님』, 동시집 『전교생이 열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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