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자전거와 나팔꽃
유금옥
오랫동안 타고 다니던 자전거가 고장 났다. 나는 세 자전거를 샀고 그 자전거는 담벼락 옆에 세워 두었다. 어느 날 보니···, 쓸 만한 뒷바퀴는 떼어내 누군가에게 주고 종달새같이 지저귀던 은빛 종도 크레파스를 담던 바구니도 뗴어네 누군가 필요한 자전거에게 주고 이제 그 자전거는 앙상한 갈비뼈만 남았다.
나는 그 자전거가
사후 장기기증을 약속하고 돌아가신
친척 집 할아버지 같다고 생각했다.
햇볕 따스한 오늘 아침에 보니
녹슨 갈비뼈 사이에
빨간 나팔꽃 한 송이가 피어 있었다.
꽃밭이 선물한
새로운 심장이었다.
-전문(p.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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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간 『P. S』 2023년-가을(3)호 <P.S 동시> 에서
* 유금옥/ 2004년 『현대시학』으로 시 부문 & 201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 부문 등단, 시집 『줄무늬 바지를 입은 하느님』, 동시집 『전교생이 열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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