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
김정수
저쪽에서 다 울고 왔는지
미동조차 하지 않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지
땅속의 겨울도 퍼담았는지
파르르 날개를 털어
빤히 숨을 막고
앉아 있었지
노을의 살결에 어둠살 말려들고
발톱으로
방충망 꽉 움켜쥐고
너무 빤하다는 듯
가볍게 날카롭게
부신 눈을 날개로 털어내고
다음도 없이
어느결에
자취를 감추었지
온몸으로 울음 가두어도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고
전생의 후회도 전달하지 못하는
어둠에 잠긴 바람 불러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의심을 낳아 기르지
남김없이 배 속을 비워
여름밤이 몽땅 쏟아지듯
사납게 울어대는
-전문(p. 3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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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간 『P. S』 2023년-가을(3)호 <P.S 초대시> 에서
* 김정수/ 1990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사과의 잠』『홀연, 선잠』『하늘로 가는 혀』『서랍 속의 사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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