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방문/ 김정수

검지 정숙자 2023. 9. 26. 01:59

 

    방문

 

     김정수

 

 

  저쪽에서 다 울고 왔는지

  미동조차 하지 않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지

 

  땅속의 겨울도 퍼담았는지

  파르르 날개를 털어

  빤히 숨을 막고

  앉아 있었지

 

  노을의 살결에 어둠살 말려들고

  발톱으로

  방충망 꽉 움켜쥐고

 

  너무 빤하다는 듯

 

  가볍게 날카롭게

  부신 눈을 날개로 털어내고

 

  다음도 없이

  어느결에

  자취를 감추었지

 

  온몸으로 울음 가두어도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고

 

  전생의 후회도 전달하지 못하는

 

  어둠에 잠긴 바람 불러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의심을 낳아 기르지

 

  남김없이 배 속을 비워

  여름밤이 몽땅 쏟아지듯

  사납게 울어대는

    -전문(p. 3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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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간 P. S』 2023년-가을(3)호 <P.S 초대시> 에서

  * 김정수/ 1990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사과의 잠』『홀연, 선잠』『하늘로 가는 혀』『서랍 속의 사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