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계보의 강, 그 얼음 성/ 송경애

검지 정숙자 2023. 9. 12. 01:12

 

    계보의 강, 그 얼음 성

 

    송경애

 

 

  '송어' 뛰노는 슈베르트의 강물에

  온 생을 담은 슈만

  브람스는 슈만의 첼로 Adagio 위에

  성을 세웠네 하모니의 성

  휘돌아 흐르며 숨죽이는 음표들의 파노라마

  그 아지랑이 바퀴 구르는 소리가

  노래의 강 영혼의 강이 되어 흐르던 시간

  지금 온 세상에

  메타버스Metaverse로 불로장생 중

  

  타임캡슐 타고 먼 길 휘휘~돌아가

  슈베르트 그대의 맑고 맑은 강물에 한 마리의 송어가 되어

  일곱 번째 변주곡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은 새벽

  슈베르트도 슈만도 브람스와 그의 사랑도

  내 족보의 까마득한 변곡점

  그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나의 애린

  유리창에 번지는 성에처럼

  내 심장 하얗게 태우는 만 년 빙산

 

  그 길 아득하네

  그 꿈길 아뜩하네

     -전문-

 

  해설> 한 문장: 그렇다. 「음악은」은 송경애 시인에게 "바람처럼/ 나를 흔들어/ 구름으로 흐르게 하는 저것"이다. 아니 그보다 더 감성과 정서의 음계에 젖어드는 "가을 잎새처럼 나를 구르며 떨게 하는 것" 그것이다. "보이지 않는 끈" 천상의 소리 같은 끈, "너 비올라의 4현"에 취하는 시인이다.

  「계보의 강, 그 얼음 성」에서 송경애는 "타임캡슐을 타고 먼 길 휘휘    돌아가" 슈베르트의 '송어'처럼 "그대의 맑고 맑은 강물에 한 마리의 송어가 되어/ 일곱 번째 변주곡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은 새벽"이라고 노래한다. 음악과 함께 생의 활력으로 사는 시인의 참모습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그 심오한 경지에 도달하고자 하는 화자의 심정은 "슈베르트도 슈만과 브람스와 그의 사랑도/ 내 족보의 까마득한 변곡점"이라고 진술한다. 음악예술의 그 깊고 높은 경지에 도달하기 어려운 정서를 안타깝게 표출하고 있다. (p. 시 72-73/ 론 128-129) (이영춘/ 시인)

 

     ---------------------

   * 시집 『계보의 강, 그 얼음 성』에서/ 2023. 7. 25. <상상인> 펴냄  

   * 송경애/ 2003년『문학예술』로 등단, 시집『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말』『바람의 암호』  

'시집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 그루의 집/ 김혁분  (0) 2023.09.13
풍금새 외 1편/ 송경애  (0) 2023.09.12
수목장 외 1편/ 정희성(鄭羲成)  (0) 2023.09.10
물속의 잠/ 정희성(鄭羲成)  (0) 2023.09.10
물멍* 외 1편/ 박덕은  (0) 2023.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