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할애비 편지 외 1편/ 김우식

검지 정숙자 2023. 8. 23. 02:43

 

    할애비 편지 외 1편

 

    김우식

 

 

  사랑하는 손자 원기, 할애비 죄로 장애아로 태어났구나.

  할애비 알아보고 웃는 원기 모습 천사 같구나

  할아버지 할아버지 불러 봐. 할, 할이라고 소리 내어 봐

  밀림의 왕자 타잔같이 우우    소리 질러 봐

  할애비 좋다고 얼굴 만지막거리지만 할애비 목도 껴안지도 못하는구나

  네 할머니 하늘나라 간 지 7년, 원기 나이도 일곱 살이 되었구나

  오    주님! 이 홀애비를 불쌍히 여기소서, 이놈의 죄를 용서해 주세요.

  원기 우리 원기를 사랑해 주세요. 눈물로 엎드려 기도드립니다

  원기야! 네 놈 덕분에 늙은 할애비 직장이 생겼어

  새벽 밥 먹고 원기를 산타페 차에 태워 출근하면서

  너를 쳐다보면 할애비 좋다고 빙그레 웃고

  도착하면 천사같이 잠자고 있어

  대구 닥터 굿 재활병원에 도착하여 커피 한 잔 마시고

  워밍업하고 하루 일과 시작한단다.

  치료하면서 네 놈이 웃으면 웃고, 울면 가슴에 눈물이 고이고

  웃다가 울다가 보면 벌써 퇴근 시간이야

  우리 원기 덕에 웃고 우는 그런 직장 다니고 있어

  며칠 전 KTX를 타고 가면서 원기와 화상 통화를 했지

  할애비 보면서 빙그레 웃으면서 말을 안 하는거야

  그래서 할애비가 원기야 원기야, 할배 할배야 말해 봐, 할애비

  할애비야 이놈아 불러 봐 말을 해야지, 아이고 이놈아!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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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이런 일이

     <522회 방영 '아내 사진으로 도배된 집' (2009.1.1.목> 

 

 

  하늘나라에 있는 아내 박순자에게···

  당신이 2003. 6. 9. 오후 3시 교통사고로 하늘나라에 갔소

  아들 학천이가 2003. 10월경에 대구에서 갑자기 창녕에 왔소

  혼자 있는 아버지에게 효도한다고 왔소

  며느리 생각은 달랐소

  그때부터 문제가 생겼소

  그런 중 장애 손자가 태어났소

  나는 솔터APT를 구입하여 이사를 했소

  어느 날 며느리가 와보고 화왕산 아래 있으니 공기도 맑고 햇빛도 잘 들어오니, 손자 때문에 자기가 살았으면 좋겠다고 해서 할 수 없이 아랫집으로 다시 이사 갔소

  그 후, 손자 보행기 연습시키려고 하니 25평 APT는 좁아서 문제가 있어 50평 한호APT를 구입하여 이사를 시켰소

  딸 미라가 큰 아파트에 갔으니 아버지 방을 마련하여 같이 살라고 했소

  어느 날 문간방에 TV를 설치하니 며느리가 응접실에 TV가 있으니 문간방에 있는 TV를 치우라고 했소

  가만히 생각해보니 시아버지와 같이 살기 싫다는 소리 아니겠소

  할 수 없이 문간방을 철수했소

  그 후 장애 손자가 보고 싶어 APT에 찾아가면 며느리는 반갑게 대하지

  않고 아들은 안방에서 나오지 않고 해서 마음대로 갈 수가 없었소

  새로 생긴 킹사우나에 목욕을 하고 나오면서 바로 앞에 있는 한호APT

  손자가 보고 싶어도 갈 수가 없소

  핏줄이 무엇인지 내 피, 갈빗대 손자 왜 그렇게 보고 싶은지?

  내 신세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내 잘못도 많겠지만 78세 된 할애비

  장애 손자 보고 싶어도 갈 수가 없는 신세가 되었소

  당신보다 18년을 더 살고 있소

  하늘나라게 있는 당신한테 가고 싶소

    --수제 책 『한 남자가 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전문)

     

   * 블로그註: 이 수제 책手製冊에 페이지가 매겨져 있지 않아, 쪽 번호를 쓸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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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제 책 『한 남자가 시를 쓰기 시작했다』에서/ 2023년 만듦, 20부 한정.  

  * 김우식1944년 경남 창녕 출생, 2010년『현대시문학』 2017년『문학세계』 & 2017년『국제문예』로 등단, 시집 『아내에게 바치는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