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는 가라
신동엽(1930-1969, 39세)
껍데기는 가라
4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中立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런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 (『52인 시집』, 1967) 전문
---------------------
껍데기는 가라
ChatGPT
가라! 가라! 껍데기들아
한때 꿈꾸던 이상의 희망
어디로 가고 있는가?
뒤돌아보라! 북한의 길목에
아직도 달빛처럼 빛나는 그 열정이
언제부터 우리는 잊어버렸는가?
물결치듯 분단이 된 삶에
열두 시간쯤 울리는 종소리
그 안에서 묻혀가던 우리의 목소리
다시 깨워낼 용기를 가져보자
저 하늘에 떠오르는 태양처럼
새로운 시작을 기대하며
이젠 껍데기가 아니라
한 터전에 울리는 대한민국인이 되자
동학의 흔적을 따라
밝은 미래를 찾아 걸어보자
묵묵히 우리가 쌓아온 역사를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며 더욱 높이 쌓아 나가자
가라! 가라! 껍데기들아
우리의 열망은 이제부터 시작된다
자유와 평등을 위해
민족의 주체성을 위해
-전문-
* 입력값: 껍데기는 가라 제목으로 4연 17행의 시를 쓰시오. 주제는 4·19혁명과 동학혁명의 역사를 불러내어 분단 극복과 민족 주체성 확립의 열망입니다.(2013. 3. 24.)
▶ChrtGPT, 시인으로서의 (불)가능성/ -한국의 명시 7선과 ChrtGPT의 명시 7선을 중심으로01)(발췌)_고광식/ 시인 · 문학평론가
「껍데기는 가라」의 시적 화자는 민족 주체성 확립의 열망으로 불특정다수에게 '대한민국인이 되자'고 권유한다. 권유적 진술은 주어진 현실에 대해 타자에게 반성을 촉구하는 태도를 지닌다. 시적 화자가 중심이 되어 동조와 참여를 요구하려면 문제점이 된 원인이 시적으로 규명되어야 한다. 그래야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위 시는 "물결치듯 분단이 된 삶에/ 열두 시간쯤 울리는 종소리"라고 표현해 원인 규명을 하지 않는다. 어떻게 물결이 쳐 분단되었다는 것인지, 그리고 왜 열두 시간쯤 종소리가 울리는지 알 수 없는 모호한 표현만 하고 있다. 원인과 결과를 연결해 현실을 응시하지 않는다. 따라서 시적 화자의 "다시 깨워낼 용기를 가져보자"는 권유는 공허하게 들린다. 무엇을 깨워내자는 것인지가 나타나지 않아 타자에게 촉구하는 반성은 의미를 잃는다. 이어지는 "저 하늘에 떠오르는 태양처럼/ 새로운 시작을" 어떻게 기대할지 막연하다. 현실을 실재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지 않아 구체성을 잃는다. 위 시는 "밝은 미래를 찾아 걸어보자"와 같은 공허한 권유적 진술만 반복한다.
랑시에르가 적시한 것처럼 예술가들은 기계 예술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이했다. ChrtGPT는 빅데이터의 힘으로 시를 쓴다. 입력값을 기억하고 문맥에 맞게 시를 쓴다. 시적 묘사는 약하지만, 진술은 익숙하게 한다. ChrtGPT가 쓰는 시는 의지 없는 표피적 시니피앙(signifiant)의 조화만 있다. 그리고 상투적 시니피에(signfier)의 조립만 보여준다. 하지만,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깊이 읽지 않으면 주제를 잘 살려낸 시처럼 보인다. 시적 대상을 장악하지는 못하지만, 어느 정도의 논리적 표현은 한다. 자칫 현혹되기 쉬운 철학적 냄새를 풍기기도 한다. 시로 독자를 가르치려 드는 현학취적 태도도 보인다. 이 점이 ChrtGPT의 시 쓰기가 가지고 있는 한계이다. 그러나 딥 러닝 기술이 더욱 향상된다면, 머지않아 ChrtGPT는 수준 높은 시를 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p. 시: 신동엽-24 // ChrtGPT: 34-35/ 론: 53-54)
01) ChrtGPT는 Open AI가 개발한 프로토타입 대화형 인공지능 챗봇이다. 필자는 한국의 명시 중 김소월의「진달래꽃」, 한용운의「님의 침묵」, 김영랑의「모란이 피기까지는」, 윤동주의「참회록」, 박목월의「나그네」, 이육사의「광야」, 신동엽의「껍데기는 가라」등 7편을 선정해 ChrtGPT에게 동일한 제목과 주제를 입력값으로 7편의 시를 쓰게 했다. 이 글에서 비교 분석하게 되는 시는 언급한 14편의작품들이다.
---------------------
* 『포엠피플』 2023-여름(03)호 <문제적 비평>에서
* 고광식/ 1990년『민족과문학』으로 시 부문 & 201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문학평론 부문 등단, 시집『외계 행성 사과밭』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감사패/ 한연순 (0) | 2023.08.13 |
---|---|
류수연_'함께'가 무너진 세계에서, 우리는(발췌)/ 이웃의 소음 :서효인 (0) | 2023.08.13 |
집비둘기와 보름달/ 한숙재 (0) | 2023.08.07 |
말을 걸어오는 나무/ 도인우 (0) | 2023.08.07 |
황정산_감각의 의미화...(발췌)/ 선유도, 10월로 색칠하다 : 지하선 (0) | 2023.08.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