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집비둘기와 보름달/ 한숙재

검지 정숙자 2023. 8. 7. 01:33

<2023, 계간 『미네르바』 시 부문 신인 등단 작품> 中

 

    집비둘기와 보름달

 

     한숙재

 

 

  부서지는 아침 햇살에

  부리 위 쌀알 모양 하트와

  가슴의 보랏빛 털을 반짝이며

  안방 난간에 검회색 집비둘기가 내려앉았다

 

  나란히 창가에 서서 퉁퉁 부은 눈을 쬔다

  합장하며 지장보살 지장보살

 

  고개 돌려 가까이 바라본 비둘기

  어제 떠난 내 친구를 닮았구나

  부리 위 하트모양은 콧등을 찡그리며 웃던 예쁜 얼굴이

  비둘기 금실 좋듯 남편과 오붓하게 운동하고 여행하고

  소낭유로 새끼 키우듯 두 아들 훤칠하게 잘 키우고

  평화를 상징하듯 언제나 주변 사람들의 행복을 챙겼지

  귀소본능으로 편지를 날았던 너의 조상처럼

  내 친구는 온 곳으로 돌아갔구나

 

  보랏빛 가슴 털을 가진 집비둘기처럼

  보라색 체크무늬 바지를 즐겨 입던 나의 인생 친구야

  날개 죽지 안에 따뜻한 추억을 머금고 

  여기는 아무 걱정하지 말고 밝은 웃음 지으며

  자유롭게 날아가라

  가볍게 날아올라라

 

  분홍천지 벚꽃과 열정 품은 동백꽃 옆에서 활짝 웃던

  소녀의 시간은 남겨두고

  달의 술을 함께 마시자

 

  친구가 사랑했던 사람들과

  보름달이 떠오를 때면

     -전문(p. 227-228)

 

     * 추천: 문효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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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네르바』 2023-여름(90)호 <신인 등단> 에서

  * 한숙재/ 경남 남해군 출생, 진주 교육대학교 동 대학원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