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두부 외 1편/ 류미야

검지 정숙자 2023. 7. 18. 02:37

<시조>

 

    두부 외 1편

 

    류미야

 

 

  어둑발 내린 저녁의

  두부는 환하다

  하얗고 무른 팔로

  저를 껴안은 두부

  으깨진 민낯으로도

  두부가 되는 두부

 

  고려든 조선이든

  반가든 누항이든

  탁배기와 함께

  주린 배를 어르며

  가난의 뒷골목에서도

  한 상 차려온 두부

 

  때로는 성수 대신

  앞서 죄도 물리치는,

  도처에 하얀 신처럼

  숨어 있는 두부

  한입에 사라질지라도

  태어나는 두부

    -전문(p. 126)

 

 

    -------------------

    여름 낙엽

 

 

  떠나야만 길은 생겨난다는 걸 아는

 

  불타는 마음만이 뛰어내릴 수 있지

 

  첫날의 시작이었지

  아무도 모르는

    -전문(p. 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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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간 P. S』 2023년-여름(2)호 <P.S 시조> 에서

  * 류미야/ 2015년 『유심』으로 등단, 시집『눈먼 말의 해변』『아름다운 것들은 왜 늦게 도착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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