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두부 외 1편
류미야
어둑발 내린 저녁의
두부는 환하다
하얗고 무른 팔로
저를 껴안은 두부
으깨진 민낯으로도
두부가 되는 두부
고려든 조선이든
반가든 누항이든
탁배기와 함께
주린 배를 어르며
가난의 뒷골목에서도
한 상 차려온 두부
때로는 성수 대신
앞서 죄도 물리치는,
도처에 하얀 신처럼
숨어 있는 두부
한입에 사라질지라도
태어나는 두부
-전문(p. 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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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낙엽
떠나야만 길은 생겨난다는 걸 아는
불타는 마음만이 뛰어내릴 수 있지
첫날의 시작이었지
아무도 모르는
-전문(p. 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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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간 『P. S』 2023년-여름(2)호 <P.S 시조> 에서
* 류미야/ 2015년 『유심』으로 등단, 시집『눈먼 말의 해변』『아름다운 것들은 왜 늦게 도착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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