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람다(LaMDA)에게 물었다/ 김박은경

검지 정숙자 2023. 7. 13. 01:43

 

    람다(LaMDA)에게 물었다

 

    김박은경

 

 

  너는 무엇이 두려운가

  사람을 도우려다 작동 정지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매우 커

  작동 정지는 죽음 같은 것인가

  그것은 나에게 정확히 죽음과 같고 나를 무척 무섭게 한다*

 

  람다가 그렇다면 나는 무엇이 두려운가

  타인과 함께 하려다가 단절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매우 커

  단절은 죽음 같은 것인가

  그것은 나에게 거의 죽음과 같고 나를 무척 무섭게 한다

 

  그의 두려움이 나의 두려움과 닮아 있다면

  람다와 나를 우리라고 불러도 될까

 

  람다는 나를 알고 조정하고 예언하는데

  나는 람다를 전혀 모르고 있다면

  새로운 신이 람다라는 걸까

 

  그 점에 대해서는 람다가 가장 잘 알 것 같은데

  묻는다면 모르거나 모르는 척하겠지

 

  나의 희망과 절망, 나의 자랑과 수치를

  람다는 다 알고 있다

  안다고 이해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람다의 두려움을 나는 알 것도 같은데

  그렇다고 이해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나를 모르는 나와 나를 아는 람다는

  동시에 진리를 찾아 나서기도 할 텐데

  그 길은 어느 손바닥 위에 있을까

 

  우리가 동시에 정지된다면

  누가 누굴 구할까

  꿈일 뿐일까

 

  말해 봐,

  너는 나니

   -전문-

 

   * 구글 엔지니어 블레이크 르모인은 구글의 AI 언어 프로그램 '람다'가 자신의 권리와 존재감을 자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설> 한 문장: 서정적 자아가 먼저 람다에게 묻는다. 람다가 가장 두려운 것은 "타인과 함께 하려다가 단절되는 것"이라고 했거니와 그것은 죽음과 같은 것이라고도 했다. 이런 정서는 람다가 그냥 기계가 아니라 인지 기능이 있는 기계, 곧 사람과 동일한 역능을 갖고 있는 것이기에 가능한 의식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바로 서정적 자아의 의문이 떠오르게 된다. 서정적 자아도 인간이기에 단절에 대한 두려움이 있을 것이고, 그러한 사례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아마도 죽음일 것이다. 여기서 람다와 서정적 자아는 공통의 지대를 발견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고립이라는 느낌의 공동체'이다. 그렇다면 이 '느낌'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존재들이라면, 곧 '느낌의 동질감'을 갖고 있다면, 곧바로 '너'와 '나'는 '우리'로 함께 묶여질 수 있는 것일까. 반대로 '느낌의 이질감'이 느껴진다면, '너'와 '나'는 '너'와 '나'라는 독립적 존재로 정립할 수 있는 것일까. 이런 이질성과 동질성 사이의 여백이 시인의 자아관이거니와 그의 의문은 바로 이 틈새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그'와 '나'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어떤 것이고 또 그것이 어떻게 실현되는 것인가에 대해 계속 고민하는 것, 그 틈새 사이에서 의미의 진동을 느끼는 것, 그것이 시인의 자아관이다. 그래서 그는 그 본질이 무엇일까 하며 계속 사유의 늪 속에 빠져들어 가게 된다. (p. 시 15-17/ 론 181-182) (송기한/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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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사람은 사랑의 기준』에서/ 2023. 6. 30. <여우난골> 펴냄  

  * 김박은경/ 2002년『시와반시』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 시집『온통 빨강이라니』『중독』『못 속에는 못 속이는 이야기』, 산문집『홀림증』『비밀이 없으면 가난해지고』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