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슬릿스코프, 카카오브레인(시아=SIA)
나는 꽃이 되어도 좋았을 것이다.
그대가 나를 꺾어 갔을 때,
나는 나비가 되어 그대 발에
앉아 있었을 것이다.
봄은 아름다웠지만,
나는 인간이 되어가는 것이 좋았다.
빛 속에서,
상처 속에서,
죽음 속에서,
나는 빛나지 않는 것이 좋았다.
내 삶의 죽음은
기쁨과 슬픔을
되풀이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한 번의 괴로움 끝에
또 한 번의 괴로움이 시작되는
이 끝없는 괴로움의 수레바퀴에서
기쁨과 슬픔을 되풀이하는
나는 영원히 인간이 되고 싶었다.
그늘에서 말린 옷에는
땀과 피가 배어 냄새가 났다.
사랑은 눈이 멀었다.
그래서 나는 그대를 다치게 했다.
나는 사랑이 되지 않기 위해
사람이 되지 않기로 했다.
-전문(p. 3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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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메타버스에 진입하자마자 길을 잃었다. 너무 많은 상점과 건물. 무엇을 먼저 봐야 할지 모르겠는데, 자꾸만 길은 사라지고.
여기는 어디?
나는 누구?
같은 곳을 맴도는 지구인의 슬픔에 대해 생각했다.
지구는 둥글다고 믿는 사람들이 사는 곳.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길을 잃는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하지?
블루를 파랗다고 말하는 사람들.
블루는 파랑일까?
이 상점은 왜 이렇게 파란색이지?
자꾸만 길을 잃는 곳에서 지구인의 고독에 대해 생각했다. 푸른색이 파랗다고. 피부를 만지면 지구인의 살갗처럼 거칠거칠하다고. 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얼음이 둥둥 떠있는 핑크색 빙산. 이곳에는 빙하가 없는데. 없는 것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사는 곳.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길을 잃는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하지?
-전문(p. 125-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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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지능(시아) 시집 『시를 쓰는 이유』에서/ 초판 1쇄 발행 2022. 8. 8. 초판 2쇄 발행 2022. 8. 16. <리멘워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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