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사랑의 랩소디/ 김진희

검지 정숙자 2023. 6. 26. 02:14

 

    사랑의 랩소디

 

    김진희

 

 

  마실수록 갈증이 깊어진다

  출렁거리는 우물 속

  밑바닥을 가늠할 수 없는 어두움

 

  깊은 동굴에서 울려 나오는

  멸종한 원시인들의 신음하는 소리

  밤마다 늑대들이 떼로 몰려와

  울컥울컥 핏덩이를 토한다

 

  달하 높이곰 돋아사 멀리곰 비취오시라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진 데를 드디올세라

  아아, 내 가는 곳 저물세라*

 

  사랑하기보다 먼저 헤어지고

  헤어지기 전부터 아파한다

 

  어두워지고도 식은 그림자는 남아

  넝마처럼 흔들리며

  아직도 떨고 있는 나를 보고 있다

 

  마침내 우물물이 마르고

  두레박이 밑바닥을 긁는 소리

  황량한, 사랑의 아픈 환희

    - 전문(p. 83-84)

 

   * 백제 가요 「정읍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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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술가』 2023-여름(53)호 <신작시/ 근작시> 에서

  * 김진희/ 2022『시와세계』로 등단, 현) 대구신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