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봄꿈 속으로_芝川 吳鐸藩 선생님/ 정영숙

검지 정숙자 2023. 6. 25. 02:29

 

    봄꿈 속으로

       芝川 吳鐸藩 선생님

 

    정영숙

 

 

  봄은 왔는데

  수선화 입술 봉긋이 내미는 3월은 왔는데

  꿈속에서 마냥 그리던 어머니 찾아

  정말 봄꿈 속에 들었는지 보이지 않네요

 

  함제미인含睇美人 그리던 젖은 눈길

  원서헌遠西軒 뜰앞 구절초 흰 대궁 아침이슬로 맺혀 있고

  화선지 속 비백飛白의 문장들,

  먹물 마르지 않은 채

  풍경소리에 실려 무지개빛 동심원 그리는데

  수선화 하얀 눈 속에 파묻혀 꽃눈도 뜨지 않은 음력 정월

  왜 그리 급히 서둘러 먼 길을 떠나셨는지요

 

  평생 애닳게 부르던 사모곡思母曲

  이제 따뜻한 품 안에 안기셨는지요

    하루 걸러 동냥젖으로

  눈물로 간을 한 미음으로* 생명을 부지하셨으니

  거기서는 철철 넘치는 엄마젖에 야문 벼이삭 통통한 얼굴로

  어머니랑 고봉쌀밥, 겸상을 받고 계시는지요

 

  수선화도 꽃잎 접고 꿈속에 드는 봄날 오후

  봄햇살 따사한 어머니나라에서

  원서헌遠西軒 연못,

  아기잠 깬 보랏빛 수련

  어머니 노란빛 나비잠에 꽂아드리고

  저 멀리 천등산 그리메에 뜬 흰 구름 바라보며

  도란도란 올해의 풍년을 얘기하고 있는지요

       -전문(p. 198~199)

  

     * 11시집 『비백飛白』(2022. 4. 20. 문학세계사), 시 「이름」(p. 18)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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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과창작』 2023-여름(178)호 <중견시인 신작시> 에서

  * 정영숙/ 1993년 시집으로 등단, 시집 『물 속의 사원』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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