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게 싫다
양선희
엄마 말 떨어지기 무섭게
오빠, 나, 여동생, 남동생
눈에 불 켜고
무거운 것, 샅샅이, 찾네.
엄마 손 때 심한 것
엄마 수족 같아진 것
엄마가 자식 보듯 보는 것
다 무겁네.
엄마의 날들
깨지고, 찌그러지고, 칠 벗겨지고
얼룩진 기억들
붙들고 놓지 않으려는 것들
싹 내다 버리네.
형제자매들은 온라인에 죽치고 열렬히 가벼운 거 찾네.
가벼운 게 뭐지?
쓰기 쉬운 거?
부담 없는 거?
버리기 쉬운 거?
있어도 없는 거 같은 거?
가벼운 건 속이 비었대.
가벼운 건 속이 깨끗하대.
마른 나팔꽃 씨앗 같은 거.
물총새 깃털 같은 거.
누에 입에서 내는 실 같은 거.
곡기 끊고 세상 뜬 사람 몸 같은 거.
누가 달랑 들고 가도 모르게
가벼워진 엄마의 거처에서
꿈자리 바꾼 이부자리 펴고
못 뻗던 발 쭉 뻗은 동생들과
양털구름 좋네, 새털구름 좋네.
가벼운 것 예찬하는
무거운 마음
-전문(p. 6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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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로여는세상』 2021-겨울(80)호 <신작> 에서
* 양선희/ 1987년 『문학과비평』으로 등단, 시집『봄날에 연애』『그 인연에 울다』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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