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전조/ 이동욱

검지 정숙자 2023. 4. 18. 02:33

 

    전조

 

    이동욱

 

 

  이것은 우리의 외로운 전위

  풀밭 위의 청동靑銅

  비극에 몰두한 새들이 저마다 바치는 노래

  고개를 돌리면

  너는 다만

  공원의 오수午睡를 사랑할 뿐, 잔디밭 아래로

  기울어지는 아이스크림을 지켜보다

  나는 두 팔을 벌려 아름드리나무를 상상한다

  이만큼

  발치로 개미는 몰려들고

  입술은 끝까지 달콤하겠지

  떨어뜨린 책에서 흘러나온 활자들이

  개미들이 기어온다

  기어코

  나는 다시 고개를 돌리고

  어느 쪽이든

  작은 것들이 불안과 닮은 이유를

  내게서 본다

    -전문(p.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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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마詩魔』 2022-가을(13)호 <시마詩魔 가을 신작시>에서

  * 이동욱/ 2007 ⟪서울신문⟫ 시 부문 & 2009년 ⟪동아일보⟫ 단편소설 부문 신춘문예 당선, 소설집『여우의 빛』, 시집『나를 지나면 슬픔의 도시가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