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조
이동욱
이것은 우리의 외로운 전위
풀밭 위의 청동靑銅
비극에 몰두한 새들이 저마다 바치는 노래
고개를 돌리면
너는 다만
공원의 오수午睡를 사랑할 뿐, 잔디밭 아래로
기울어지는 아이스크림을 지켜보다
나는 두 팔을 벌려 아름드리나무를 상상한다
이만큼
발치로 개미는 몰려들고
입술은 끝까지 달콤하겠지
떨어뜨린 책에서 흘러나온 활자들이
개미들이 기어온다
기어코
나는 다시 고개를 돌리고
어느 쪽이든
작은 것들이 불안과 닮은 이유를
내게서 본다
-전문(p.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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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마詩魔』 2022-가을(13)호 <시마詩魔 가을 신작시>에서
* 이동욱/ 2007년 ⟪서울신문⟫ 시 부문 & 2009년 ⟪동아일보⟫ 단편소설 부문 신춘문예 당선, 소설집『여우의 빛』, 시집『나를 지나면 슬픔의 도시가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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