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물선抛物線
서상만
포물선 따라 훌쩍 떠났다가
무지개도 뱃고동도 없이
통통통 검은 연기 뿌리며
젖은 소금배로 돌아왔다
아배도 어메도 아내도 죽고
부두엔 백기를 든 갈매기만
못 본 체 울고 있다
아, 외로움만큼 두려운 것
세상 어디 또 있을라구
선약된 도깨비 운명처럼
구비치는 긴 풍랑 건너며
내 꿈은 짐짓 목 놓았지만
-전문(p. 64)
표4> 전문: 이 시집에서 우리는 "삶이 이런 것이다"라는 자연스러움과 만나게 된다. 오랜 시간의 집적이 이루어낸 시인의 고독과 명상으로 가득찬 생의 물결은 하염없이 숙연하기만 하다. 바람이 가끔씩 불어와 보내주는 외로움을 씻어내니 이 어찌 아름다운 행복의 길이 아니겠는가. 오래도록 우리가 깨닫지 못한 적막의 실타래를 한 올 한 올 풀어주는 서상만 시인의 이번 시집의 시편들은 촌철살인의 초연한 경지로 문을 활짝 열고 있는 것이다. (정공량/ 시인, 시선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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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포물선抛物線』에서/ 2023. 4. 10. <언어의집> 펴냄
* 서상만/ 경북 호미곶 출생, 1982년 『한국문학』 으로 등단, 시집 『시간의 사금파리』『그림자를 태우다』『모래알로 울다』『적소』『백동나비』『분월포芬月浦』『노을 밥상』『사춘思春』『늦귀』『빗방울의 노래』『월계동 풀』『그런 날 있었으면』『저문 하늘 열기』등, 시선집『푸념의 詩』, 동시집『너 정말 까불래?』『꼬마 파도의 외출』『할아버지 자꾸자꾸 져줄게요』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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