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해서 햇볕과 놀아요
황자인/ 초등학교 5학년
꿀벌우체부가 왔다
앞마당 꽃밭에서 빙글빙글 돌다가 꽃잎에 사뿐 앉았다가
엉덩이에 꽃가루만 잔뜩 묻히고
그냥 가버렸다
토끼우체부가 왔다
옆집 할머니 텃밭 상추를 야곰야곰 뜯어먹다가
당근뿌리 단맛에 흠뻑 빠져서
텃밭을 엉망으로 해놓고 그냥 가버렸다
개나리우체부가 왔다
담벼락에 기대 햇볕과 놀다가 나비가 오면 나비를 쫓다가
진달래가 피고 지는 사이
아이고 늦었다며 그냥 지고 말았다
내 친구는 누가 있는 거야
나는 심심해 죽겠는데
바람우체부가 왔다
부드럽게 내 머리칼을 어루만지더니
우리 엄마 손길처럼 부드럽더니
오늘은 엄마가 일찍 집에 올 거야
착하게 기다리고 있어
그런 이야기를 전해주고 갔다
-전문(p. 216-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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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마詩魔』 2022-여름(12)호 <시마詩魔 학생> 에서
* 황자인/ 통영 제석초등학교 5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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