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오선덕
뭉개진 초점 너머의 세상은 습자지 위, 한 점 먹물처럼 번져간다
오늘을 만든 어제와 어제가 만든 오늘과 아직 당도하지 않은 내일은 허공에 떠있는 무수한 말의 유희들
낯설음이 지나간 자리를 채워가는 건 익숙해진다는 것
같은 얼굴로 찾아오는 오늘을 매일 다른 얼굴로 맞이한다
점점 높아지는 계절의 문턱, 푸른 계절은 차고 쓸쓸한 그 문턱을 넘지 못한 채 흩어진다
꿈속에서는 하고 싶은 말들이 줄줄이 쏟아지고 어제의 꿈이 오늘처럼 느껴질 때 그날은 어제일까 오늘일까
허기진 질문의 대답은 언제나 내일이고
-전문(p. 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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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간 시 전문지 『사이펀』 2023-봄(28)호 <사이펀 신작시> 에서
* 오선덕/ 2002년『시와문화』로 등단, 시집『만약에라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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