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는 인간을 만든다
김상미
모자는 인간을 만든다 라는
막스 에른스트의 그림믈 본다
스물여섯 개의 모자가 제각기의 공간 속에 숨어서
보이지 않는 인간의 형상을 연출해낸다
누워 있는 사람
앉아 있는 사람
엎드리거나 벽에 기댄 채 서 있는 사람······
자세히 들여다보면 꽃밭에 떠 있는 사람도 있다
나는 재빨리 그림 속으로 들어간다
표정을 잃어버린 색깔들의 좌충우돌
그 소용돌이 속에서 모자를 집어 올린다
예술과 인간의 대립이 세찬 바람을 일으키며
무방비 상태의 내게로 불어온다
모자들이 날아가기 시작한다
모자는 인간을 만든다
그러나 나는 아직 모자를 쓰지 못했다
-전문(p. 22)
초판 시인의 말> 전문: 나는 시에 대해 얼마나 알까?/ 거의 아는 게 없다/ 그러기에 나는 쓴다./ 계속 쓰다보면/ 시가 내 쪽으로 바짝 다가오거나/ 내가 시 쪽으로 바짝 다가가는 날이 오겠지./ 그날이 오면 진짜 좋은 시와 사랑에 빠지고 싶다. 시 없이 혼자 살아갈 순 없을 테니까.// 1993년 9월_김상미
개정판 시인의 말> 전문: 30년 만에 절판되었던/ 첫 시집 『모자는 인간을 만든다』를/ 다시 세상에 내놓는다./ 누구에게나 '첫'은 소중하여/ 무척 기쁘고 고맙다.// 쓰러진 나무가 되지 않게/ 버팀목이 되어준/ 문학동네에 감사드린다. // 2022년 12월_김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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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미 첫 시집(복간본) 『모자는 인간을 만든다』에서/ 2022. 12. <문학동네> 펴냄
* 김상미/ 1990년 『작가세계』로 등단, 시집『검은, 소나기떼』『잡히지않는 나비』『우린 아무 관계도 아니에요』『갈수록 자연이 되어 가는여자』, 박인환문학상 · 지리산문학상 · 전봉건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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