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통일 뿐이다 -우리는 언제까지 외면당해야 하는가?/ 배재경

검지 정숙자 2023. 1. 30. 02:34

 

    통일 뿐이다 -우리는 언제까지 외면당해야 하는가?

    

    배재경

 

 

  새해 아침 해가 눈시울 붉게 충렬된 채 떠오른다

  세계의 시계는 독선과 오만의 초침만 분주히 질주 중이다

  대한민국의 시계도 세계화에 발맞추어 독선과 오만의 항해 중이다

 

  아메리카는 동아시아의 패권 때문에 새해가 오기 전

  일본과 한국의 협력을 종용한다, 아니 협박한다

  아베는 얼씨구나 지화자 조오타! 얼른 10억엔을 동냥주듯 내던지고

  대한민국 정부는 위안부의 몸서리치는 고통이며,

  36년 망국의 서글픔 따위 개나 줘버려라! 

  오바마 눈치보기에 매달려 무조건 꾸욱 도장을 찍었다

  아! 우리 국민의 자존은 어디서 찾는가?

  사람이기를 망각한 군국주의의 참상을 증언하기 위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밤마다 살을 파내는 고통의 순간들을 매일 되내이며 버텨온 

  조선의 할머니들은 어떡하라고, 당신의 어머니들은 어떡하라고

  오랜 침묵 속에서도 자존심만은 지키고자 했던 우리 백성들은 어떡하라고

  '대한민국'이 '대한민국'이 국민을 외면하였는가?

 

  "나라 없는 백성이 어디 있으며 백성 없는 나라가 어디 있겠느냐"

  무수한 적장들과 마주한 선조들의 외침이 심장을 파고드는데,

  고구려, 고려, 조선, 대한민국······

  왜 자꾸 우리의 땅덩이는 작아지고 국론은 분열되고

  갓잖은 이웃나라에게 이다지도 외면당한단 말인지

  삼족오 깃발을 만주대륙에 휘날리던 우리 민족이

  세계에서도 유례없는 오천 년의 긴 역사를 지닌 우리 민족이

  아직도 이웃의 틈바구니에서 울며울며 굴욕을 당하고만 있단 말인가?

 

  그래, 우리가 우리로 당당히 세계인들에게 마주할 수 있는 것

  미국과 일본과 중국과 러시아를 향해 당당히 손사래를 칠 수 있는 것

  뼈저린 고통을 견뎌온 우리의 할머니들을 쓰다듬을 수 있는 것

  내 아이들에게 우리의 역사를 당당히 기록할 수 있는 것

  그건, 통일뿐이다!

  남들이 부러워, 시기 질투하는 통일!

  우리 민족이 더 이상 굴욕의 협상을 당하지 않는 통일!

  세계에 '대한민국'을 소리 높여 부를 수 있는 통일!

  통일만이 우리가 살 길이구나

 

  나부터 구두끈을 고쳐매자

  나부터 심장에 가두어둔 굴종의 역사를 바로잡자

  나부터 허울에 갇혀 지내는 우를 범하지 말자

  나부터 우리 아이에게 당당히 통일을 이야기하자

  더 이상 늦기 전에······

  나부터······

     -전문(p. 70-72) / (블로그註: 맞춤법과 띄어쓰기_원문과 동일함) 

 

  해설> 한 문장: 이제 그럼 한반도의 통일은 어떤 방법이 가장 바람직한 것일까. "민족통일이 먼저냐? 평화공존이 먼저냐?" 위와 같은 화두가 주어졌을 때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망설일 것이다. 남북통일로 가는 과정에서 평화통일은 '역사의 신Good'으로부터 사랑과 자비를 부여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헤겔이 그의 책 [역사철학]에서 말한 것처럼 그 민족의 구성원들이 끊임없이 역사를 향하여 애정과 몸부림과 노력을 쏟아야 통일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오늘 나는 '평화공존→민족통일'의 수순을 따른다. 물론 민족통일이 이루어지고 평화공존이 이루어지면 좋으련만 그것은 지금까지 인류의 역사에서 보듯이 위험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6·25한국 전쟁과 베트남전쟁 참전(투입), 정치적 혼란과 변동기를 같이해온 필자(1948년생)는 민족통일을 상위개념으로 삼되 그 과정인 '평화프로세스(Peace Process)'를 우선으로 삼는다. 남과 북이 서로를 △상호교류 → △상호인정 → △상호통합+알파(A · a)의 3단계를 밟아가는··· 프로세스를 통일의 최선의 방법으로 생각한다. (p. 101-102)

 

  배재경 시인의 시집 『하늘에서 울다』 발문을 마무리 지으면서 나의 시 「경고, 아마겟돈Armageddon!」을 바쳐 올릴까 한다. (정말 그럴 리야 없겠지만, 아니 가정을 해서도 안 되리라)······ 한반도에 전쟁상황이 발발한다면 1950년도에 발발한  6·25한국 전쟁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야말로 돌이킬 수 없는 대재앙 : 아마겟돈Armageddon의 결과가 될 것이다. 하지만 하느님-하눌님께서는 이 극단적 상황까지는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는 않을 것"으로 믿고 또 그렇게 하시기를 온몸으로 기도한다. 아메겟돈이 출몰할지도 모르는 원인과 비극적 '죽음의 에너지'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앞서 말한 대로 한반도의 남과 북은 대결보다는 먼저 '상호교류 상호인정  상호통합+a'라는 아름다운 수순Beautiful Process 을 밟아가야 할 것이다.

 

  하얀 옷 백합의 향기여 우리 사람들의 몸이여

  해와 달이 거꾸로 돈다한들 그럴 리야 없겠지만

  남북이 서로 눈감고 불총을 쏘면 하늘에 젖을 물려준

  어머니의 말씀을 버리면 아마겟돈 쾅쾅, 우주가

  폭발하는 소리?! 그래, 한반도는 풀 한 포기커녕

  꽃 한 송이 피지 않고 새 한 마리 날아오지 않을

  것이다 두드릴 목탁은커녕 십자가를 만들어 세울

  한 그루 나무도 자랄 수 없을 것이다!

    -김준태, 「경고, 경고, '아마겟돈Armageddon!'」

 

  '경고, '아마겟돈Armageddon!' 이것을 끝으로 하면서 떠올리는 얘기가 있다. 수 년 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싱가포르 센토스섬에서 가진 제1차 북미정상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200여 명의 백악관 출입 기자들에게 말했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 인구는 800만입니다. South Korea의 수도 서울의 인구는 1,200만입니다. 한반도에 전쟁이 터지면 2,000만에서 3,000만 명이 죽습니다. 그래 나는 여기 싱가포르에 17시간 비행기를 타고 달려왔습니다. 남북 코리아의 사람들을 살려야겠다는 생각 그 일념에서였을 뿐입니다. MIT공대, 저명한 교수는 내게 말했습니다. 북한의 핵 완전폐기 예컨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 폐기'(CVID : Comolete, Verifiable, Irrreversible Dismantlement)는 '40년'이 소요된다고 했습니다.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하면 "두드릴 목탁은커녕 십자가를 만들어 세울 한 그루 나무도 자랄 수 없을 것이다"라는 것을 나의 시 '아마겟돈'도 경고한다! (p. 106-108) 

 

  배재경 선생의 새로운 형식의 시 '기사시記事詩'에 거듭 주목하면서 이 힘든 시절에 펴내는 그의 시집에 경하의 인사를 드린다. 더욱 건강하시고 평화하시길 축원한다. 그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하여 "구두끈을 고쳐 매"는 그의 시의 앞날에 건승을 빈다! 멀리 부산 앞바다에서 철썩거리는 파도소리를 들으면서 손 모아 합장合掌!! (p. 110) / (김준태/ 시인)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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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하늘에서 울다』에서/ 2023. 1. 10. <작가마을> 펴냄

  * 배재경/ 경북 경주 출생, 1994년『문학과지평』 & 2003년『시인』으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절망은 빵처럼 부풀고』『그는 그 방에서 천년을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