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야외 음악당에서/ 김정임

검지 정숙자 2022. 12. 28. 21:22

 

    야외 음악당에서

 

    김정임

 

 

  나뭇가지가 흔들리고 새가 날아갔다

 

  북쪽으로 날아가는 새의 자유는 어디까지 이어질까

  아무도 그리워하지 않게 되는 날이 올까

 

  바닥을 드러낸 연못은 깊고 깊은 잠의 무덤 같다

  새가 떨어뜨리고 간 너의 시간이 그곳에서 한 번 더 눈을 감고

 

  한없이 감으려고만 하는 눈동자는 천길 물속

  멀리 떠 있는 별처럼

  오래된 구름과 바람만이 그  앞을 조용히 지나간다

 

  여름을 떠다니는 동안 숲은 끝도 없이 잎을 날려 보내고

 

  네 피와 살이 닿았던 여름의 밑바닥이 존재의 허방처럼

  비어 간다

 

  오래 울다 가버린 뒷모습을 덮어주는 나뭇잎들

 

  이제 그 무엇도 바라지 말자

  어스름한 야외 음악당 계단을 오르내리며

  가끔씩 다시 되살아나는 네 곁을

 

  조금 더 걸을 게

    -전문(p. 179-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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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과창작』 2022-겨울(176)호 <2000년대 시인 신작시> 에서

  *  김정임/ 2002년 『미네르바』로 등단, 시집 『붉은사슴동굴』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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