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섬에서의 하룻밤
이미산
한 백년 씻기고 한 천년 빛나면
귀가 사라진 저 조약돌처럼, 눈이 하얗게 지워진 저 별처럼
이 몸뚱이 당신 되어 있을라나
한 번 밀려가고 다시 한 번 밀려오는 일은
바람의 충동이며 빛의 기다림일 뿐이니
한 번 기운 달은 한 번 더 기울어질 일만 남아
야위는 일만 남아
당신이 더 푸른 맹목 쪽으로 1센티미터 기울어졌으니
나와 당신 사이 바람 한 줄기 영원처럼 지나갔으니
그 길을 따라 내가 1센티미터 기울어질 일만 남았네
-전문(p. 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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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시대』 2022-가을(26)호 <다시 읽는 짧은 시 깊은 울림> 에서
* 이미산/ 2006년『현대시』로 등단, 시집『궁금했던 모든 당신』『저기, 분홍』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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