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반달 손톱/ 허자경

검지 정숙자 2022. 12. 18. 01:42

 

    반달 손톱

 

     허자경

 

 

  내 몸속에 젖비린내가 자라던 시절 그녀의

  손톱이 손톱으로만 보였다

 

  그 손톱은 나의 허기의 울음을 잠재우는

  쟁기였다

  그 손톱은 들판의 밭고랑에 거름이 되어

  감자꽃을 피웠다

  우물도 팠다

  그 손톱은 풍요의 자루가 터져버린 곳을

  수선해주었다

  때로는 빈 그릇을 긁는 것을 보았다

  그 까닭에 이팝나무꽃 같은 고봉밥이

  내 입속으로 들어왔다

  노모의 손톱에 봉숭아꽃 하나 살지 않았다

 

  하지만

  내 손톱엔 십만 원짜리의

  인공 벚꽃 손톱이 날마다 만개해 있다

     -전문-

 

  해설> 한 문장: 「반달 손톱」의 1연과 2연에서 "내 몸속에 젖비린내가 자라던 시절 그녀의/ 손톱이 손톱으로만 보였다// 그 손톱은 나의 허기의 울음을 잠재우는/ 쟁기였다"고 묘사했다. 남달리 시인의 어머니만 자신의 손톱을 쟁기로 삼아 노동을 했을까. 아니다. 대부분의 어머니들은 손톱을 쟁기로 삼아 가정을 부양했으며, 그렇게 살신성인을 함으로써 기어이 '감자꽃'을 피워낼 수 있었다. 그런 연유로 "고봉밥이/ 내 입속으로 들어"올 수 있었던 것이다. 손톱으로 감자꽃을 피워 내거나 내 입속으로 고봉밥을 넣어주지 않은 어머니가 또 어디 있을까. 이처럼 허자경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오늘 너의 이마에 내 지문을 입혔어』는 자기체험에서 비롯된 시의 주제를 객관화와 보편화하여, 독자들로부터 공감대가 형성되어 울림으로 다가가는 시집으로 평가하는 이유이다. (p. 시 16/ 론 108-109) (심은섭/ 시인 · 문학평론가 · 가톨릭관동대 교수

 

   ------------------------

  * 시집 『오늘 너의 이마에 내 지문을 입혔어』에서/  2022. 10. 10. <한국문연> 펴냄

  * 허자경許慈/ 2000년 『시현실』 등단, 시집 『엉겅퀴의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