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흰 옷/ 공광규

검지 정숙자 2022. 9. 27. 02:13

 

    흰 옷

 

    공광규

 

 

  흰 옷 입고

  아침에 나갔다 저녁에 들어와 보면 안다

  흰 옷이 얼마나 쉽게 더러워지는지

 

  옷깃에 흘러내린 커피 방울과

  육개장 국물이 튄 가슴께

  소매에 묻은 붉은 김치 국물 자국

  서울 도심으로 출퇴근하다보니 목둘레까지 새까맣다

 

  흰 옷 입고는

  하루도 깨끗하게 지내기 어렵다

 

  그런데 평생이라

  수십 년 나를 입고 다니다 보니 많이도 더러워졌다

 

  빨고 빨아도 흔적이 남고

  지우려고 하면 더 번지는 오물도  있다

    -전문(p. 9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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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석정문학』 2022년 제35호 / <시와 시조> 에서

   * 공광규/ 1960년 출생, 1986년『동서문학』으로 등단, 시집 『담장을 허물다』『서사시 금강산』『서사시 동해』등, 석정시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