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옷
공광규
흰 옷 입고
아침에 나갔다 저녁에 들어와 보면 안다
흰 옷이 얼마나 쉽게 더러워지는지
옷깃에 흘러내린 커피 방울과
육개장 국물이 튄 가슴께
소매에 묻은 붉은 김치 국물 자국
서울 도심으로 출퇴근하다보니 목둘레까지 새까맣다
흰 옷 입고는
하루도 깨끗하게 지내기 어렵다
그런데 평생이라
수십 년 나를 입고 다니다 보니 많이도 더러워졌다
빨고 빨아도 흔적이 남고
지우려고 하면 더 번지는 오물도 있다
-전문(p. 9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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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정문학』 2022년 제35호 / <시와 시조> 에서
* 공광규/ 1960년 출생, 1986년『동서문학』으로 등단, 시집 『담장을 허물다』『서사시 금강산』『서사시 동해』등, 석정시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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