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 직전
김솜
곧 도착한다는 전갈은 독毒을 품고 있었다
움직임도 없이 움직이는 시간은
움직이는 것들을 키우고 또 가져갔다
도착이 없는 '곧'은 어떤 상태일까
스위치를 누르면 켜지는 전등 같은 순간
접힌 신발 뒤축 같은 설레발도
손목시계와 심장의 시계가 달라서
측정할 수 없다
마음을 따르지 않는 시간
속도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온다던 너는 시침 위에 앉아 있고
기다리는 나는 초침 위에서 서성였다
'곧'은 시간일까 감정일까
'곧' 죽어도 '곧' 도착할 거라는 너를
나는 고스란히 당할 수밖에 없다
오래전
내가 너였던 기억이 부적처럼 이마에 들러붙는다
어떤 경우에 '곧'은 가장 멀리 있는 짐승이다
-전문 (p.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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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사람』 2022-가을(105)호 <신작시>에서
* 김솜/ 2022년 『열린시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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