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단티노 어쩌다가 스타카토
강재남
좋은 구름이 창가에서 돋아나는 아침은
슬픔이 자주 흘러내린다
떠나는 사람과 남는 사람
슬픔은 그렇게 다정하기에
우리는 대수롭지 않게 미간을 좁히고
손바닥을 오므려 이마를 가리고
다녀올게
영영 이별인 줄 모르게
가볍게 안녕을 하고
배회하는 걸음을 단숨에 데려다줄 수 없는 것처럼
지나온 날은 빠르게 슬픔이 되지 못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느리게 생각 없이 뚝뚝 끊어서
닿을 수 없는 노래를 부른다
바람이 각도를 바꾸면
창문으로 담기는 좋은 구름
천천히 걸어와 구름빛으로 흔들리는
구름은 구름을 꿈꾸지 않으면서
구름으로 돌아오는데
무슨 장례식이라도 치르는 것일까
와글거리는 햇빛으로 튀어 오르는 돌고래 무리
햇살 퍼지는 길에 길을 내는 돌고래들
부신 눈을 비비며 우리는
떠나고 남는 가슴에 어떤 새로운 길을 내야 하나
컵에 가득 우유를 따른다
입안에 걸리는 구름과 천천히 나누었던 안녕
사소해진 뒷모습으로 젖은 안녕이 손을 흔든다
-전문 (p. 54-55)
---------------------------
* 『시와사람』 2022-가을(105)호 <신작시>에서
* 강재남/ 2010년『시문학』으로 등단, 시집『이상하고 아름다운』『아무도모르게 그늘이 자랐다』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분홍섬/ 김인석 (0) | 2022.09.05 |
---|---|
파국 직전/ 김솜 (0) | 2022.09.04 |
붙잡아 줘-p의 직업/ 강민숙 (0) | 2022.09.04 |
동주/ 이유정 (0) | 2022.09.03 |
늙은 아코디언/ 진란 (2) | 2022.09.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