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사기린흉배金絲麒麟胸背
김현주
어느 정처쯤에서 기다림이 멈춘 것일까
사각의 꽃살문 속, 불량해진 꽃기린의 식물성 근심이 더부룩하다
회랑의 세로줄만 타고 다니는 깡충거미는 숨 쉬는 동안
허공을 채울 울음이 늘 거미 살갗에 잠겨 있다
비에 젖어서 가시가 흘러내리도록
눈물이 흘러서 입술이 새파래지도록
기린의 목에는 기린을 부르는 소리가 젖어 있어
글썽이는 눈물을 나눠가진 사각비단흉배 속
암행하는 달빛을 피해
어느 가시밭길이라도 함께 가보자
관冠을 채운 울음이 연모의 깊이로 날카롭다
먹구름을 몰고 가듯이
기다림이 식은 집은 무너지기 쉬워
획린獲麟, 당신의 별자리가 보이지 않는다
살아있는 풀은 밟지도 않던
기린의 기麒에는 뿔이 없고
기린의 린麟에는 뿔이 하나
제 몸 속 근심을 비단실로 징구는 아청색 밤
달팽이가 뿔을 오므리듯이
2월 초순 자오선을 통과하는 별들의 기척
비에 젖은 운현궁의 숨결 한 가닥이 정중해진다
-전문 (p. 229- 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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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과창작』 2022-가을(175)호 <2000년대 시인 신작시 특집>에서
* 김현주/ 2007년『시선』으로 등단, 시집『유채꽃광장의 증언』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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