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제비집/ 김정옥

검지 정숙자 2022. 8. 22. 00:55

 

    제비집

 

    김정옥

 

 

  회색 슬레이트 지붕 아래 찍찍거리는 생쥐들

  밤새워 달리기 시합을 했어

  네 모퉁이가 쥐 오줌으로 적셔진 천장

  생쥐가 떨어질까 맘 졸이다가

  잠이 들곤 했던 좁은 방안

 

  전깃줄엔 참새들이 다닥다닥

  처마 밑엔 귀여운 집

  바닥에 떨어진 새끼 한 마리 넣어주었어

  빨랫줄에 종종 내려앉은 잠자리들

  아직도 마당을지키고 있는 감나무 한 그루

 

  골목을 지나면 아주머니들의 빨랫방망이 소리

  이슬 맺힌 풀숲을 걸으면

  한두 채 정도 나타나는 음침한 빈집들

  환한 대낮에 들어가도 냉기가 쫙 흐르지

 

  꽹과리 징 북이 춤을 추는 동네잔치

  쌀도 내놓고 돈도 내놓고 어울려 먹었어

 

  허물어진 돌담을 넘어

  빨간 뱀딸기 돗나물 달래 잼피 나무

  꽃상여 소리 구슬피 산을 오른다

    -『풀잎』 중에서, 현대시 어드벤티지

 

   ------------------

  * 『현대시』 2022-7월(391)호/ VOL. 3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