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노래Madrigal
펠릭스 그란데(Felix Grande, 1937~)/ 민용태 옮김
말이여, 다정하고 슬픈 조그마한 사람이여
다정하고 슬픈 사랑스런 노파여, 내 그대를 어루만지나니
그대처럼 늙은 내가, 시들어가는 혀로,
늙음과 사랑으로 우리들의 잘못을 위로하나니
말이여, 그내는 나와 함께 가며, 나에게 손을 내민다. 너는
내가 물에 빠질 때마다 나를 허리를 끌어올리는 동아줄.
내가 그대를 부르면, 그대가 오는 걸 안다. 나를 사랑하니까,
이 세상에 나를 위해 하나의 세상을 만들어주려 하나니.
그대는 개미, 나는 살기 위해 그대를 섬긴다.
그대 없으면 내 삶은 무엇이 될지 모른다,
마치 들을 수 없는 어떤 소리는 그대여, 아니면
불타버린 빈 성냥통 같은 그대여.
그대는 나에게 하나의 성냥 개피, 밤이면 내가
불을 켜는 성냥, 그대가 쏟는 그 불빛으로
앞을 조금 보고 침대까지 찾아가게 된다.
그대 없이는 죽음까지 가는 게 참으로힘들 것.
하지만 그대가 있으니, 그대와 함께 침실까지 간다
아이 문에서 늙은이 침대까지.
그리하여 죽음 옆에 밤을 새는 나를 한숨 돌리게 한다.
그리고 나의 밤은 어쩌면 하오 같기도, 아침 같기도 하다.
그대에게 감사드리나니, 감사하노라, 나의 개미여,
이제 침실의 가운데까지 강물이 왔으니
그 다음에는 바다에 이르겠지, 그대와 나는 헐떡이며
피로를 견디고, 서로 껴안고 텅 빈 명성에 다다르리니.
-전문 (p. 28-29)
▣ 감상포인트/ 펠릭스 그란데의 초기 시집(1964. 『돌들』)에 나온 시이다. 시인은 말을 섬기는 사람. 그 말을 의인화한 것이 이 시. 말은 소리의 파편이며 그 죽음. 인생이 아이에서 죽음에 이른다면 거기 유일한 동반자가 시인에게는 말이다. "개미"처럼 성실한 말. 그것을 통해 우리 꿈의 세계를 구축하고 위안으로 인생을 살아간다. "서로 껴안고 (시인이라는) 텅 빈 명성에 다다를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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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바탕』 2022-7월(216)호 <민용태의 스페인 현대시> 에서
* 민용태/ 시인, 고려대 명예교수, 문학평론가, 스페인왕립 한림원 종신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