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살문
성선경
기도가 얼마나 깊으면 꽃이 되나?
간절한 염원의 마음 엮고 엮어서
눈길을 두는 곳마다 꽃으로 피었나니
꽃세상이 곧 만다라다
기도가 얼마나 쌓여야 꽃이 되나?
기원의 문마다 꽃이라니
기도의 끝에 맺힌 저 한 떨기
두 손을 모아 합장을 하고
기도가 얼마나 간절하면 저렇게
시들지 않는 꽃이 되나?
세상을 향해 열린 문
다 환하다
-전문-
해설> 한 문장: 시집의 들머리를 장식한 시이다. 뒤러의 그림과 닿는 구석이 있다. 그 작품의 다 여며지지 않은 두 손에서 꽃의 형상을 찾아낼 수 있다면 이 말에 동의할 것이다. 허나 그러한 발견은 사후적인 일이다. 이 시를 읽고 나서야 그리 보일 따름이다. 제단을 장식하기 위한 스케치였으나 뒤러는 기도를 위해 모은 손과 꽃의 유사성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반면 이 시는 꽃을 전면에 내세운다. 주체는 잇따른 설의법적 물음으로 기도와 꽃을 연결시킨다. 일련의 질문들이 명시하는 바와 같이 법당의 문에는 기도가 꽃으로 아로새겨져 있다. 심원하고 장구하며 지성스런 바람들이 거기에 조금씩 조각되어 있다.
자연스러운 의문은 '왜 꽃인가?'일 터이나, 배경이 배경이니만큼 해답은 쉽게 찾을 수있다. 말하자면 저 문 안의 일 배拜 일 배가 모두 한 송이 꽃을 피우고 들어서 바치는 산화공덕의 변주인 것이다. 그러니 "기도의 끝에 맺힌 저 한 떨기/ 두 손을 모아 합장을 하고" 나오는 이들의 손이 그 자체로 꽃인 까닭에서다. 한즉 다녀간 숱은 이들의 얼굴은 알 수 없지만, 저 안에서 그들은 적어도 화초였던 덕이다. 이 점에서 "꽃세상이 돋 만다라다"라는 주체의 감탄은 영산화靈山會의 재연을 비유적으로 가리킨 것이라 하겠다. 그러나 거기에는 거듭되는 산회散會가 전제되어 있다. (p 시 11/ 론 92-93) (김영범/ 문학평론가)
------------------
* 시집 『햇살거울장난』에서/ 2022. 7. 20. <파란> 펴냄
* 성선경/ 1960년 경남 창녕 출생, 198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널뛰는 직녀에게』『옛사랑을 읽다』『몽유도원을 사다』『모란으로 가는 길』『진경산수』『봄, 풋가지行』『서른 살의 박봉 씨』『석간산문을 읽는 명태 씨』『파랑은 어디서 왔나』『까마중이 머루알처럼 까맣게 익어갈 때』『아이야 저시 솜사탕 하나 집어 줄까?』『네가 청둥오리였을 때 나는 무엇이었을까』, 시조집『장수하늘소』, 시선집『돌아갈 수 없는 숲』, 시작에세이집『뿔 달린 낙타를 타고』『새 한 마리 나뭇가지에 앉았다』, 산문집 『물칸나를 생각함』, 동요집『똥뫼산에 사는 여우』(작곡 서영수), 고산문학대상, 산해원문화상, 경남문학상, 마산시문학상 등 수상
'시집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비물/ 유종인 (0) | 2022.08.18 |
---|---|
꽃밥 외 1편/ 성선경 (0) | 2022.08.16 |
땅 세 평 외 1편/ 한영수 (0) | 2022.08.13 |
피어도 되겠습니까_동백/ 한영수 (0) | 2022.08.13 |
고시원 외 1편/ 나호열 (0) | 2022.08.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