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우림空友林의 노래 · 12
정숙자
당신의 아기인 줄도 모르고 저는 그들을 잡으며 놀았었군요. 투명한 날개와 가느다ᄅᆞᆫ 몇 마디의 몸을 미루어, 그이도 천사인 줄을 어느 날 문득 깨우쳤습니다. (199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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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역시 그들, 잠자리만큼이나 허공을 떠돌며 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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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얘기를 들려줬을 때 조카가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이모, 잠자리한테는 날개를 모아 쥐는 것만으로도 어깨가 다 부서졌을 거예요. 잠자리 날개는 수평으로만 펼치도록 태어난 거잖아요? 그런데 완전히 뒤로 세워서 한 잎처럼 모아쥐었다는 건 참으로 가혹한 일이었어요. 그런데도 놓아주면 사뿐히 날아갔지요. 너무 무서워서, 너무나도 아팠지만 있는 힘을 다해 날아갔던 거예요. 그 후 그가 얼마나 더 살았을지, 어디서 어떻게 되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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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조카는 몇 년 후 의사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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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산문』 2022-여름(114)호 <시인특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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