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체인점
김왕노
산다는 것이 따분하거나
눈물 나면
신종사업을 원하거나
안전하고 탄탄한 사업을 원한다면
이곳으로 오라
봄이면 바람에 휘날리는 배꽃
아침이면 안개처럼 피어오는 새 떼
흥건히 고여 냇물처럼 흘러가는 푸른 달빛 사이
몇백 년 묵은 소나무 숲 사이
꿈의 체인점이 있다
방안에 흑백 TV 한 대
나무 기러기 한 쌍
송사리 떼가 헤엄치는 작은 어항
고만고만하게 모여
손때 묻고 길들어지며 먼지를 덮어쓰기도 하지만
걸레질할 때마다 당당해지는 그들
방문 왈칵 열고 들어오는
탓밭의 파꽃 냄새 밤꽃 냄새 미치도록 진동하는
조그만 꿈의 체인점이 있다
이곳에 오면
사랑이 샘물처럼 퐁퐁 솟는 꿈의 체인점이 있다
이곳에 오면
신속히 수선되거나 갈아 끼워지는 당신의 꿈
새살이 돋아나는 당신의 꿈
꿈속 가득 들어찬 바람도 피고름도 말끔히 짜준다
푸드득 날아오르는 잿 비둘기
패랭이꽃 언덕도 가꾸어 준다
이 근처에 오면
거친 꿈의 면을 손질하는
톱밥도 휘날린다
일이 밀린 목재소처럼
밤새 불이 켜져 있기도 한다
주문을 하면
숲속으로 드나드는 족제비처럼 신속히 배달도 나간다
휴전선을 국경선을 넘어 배달도 나간다
우리의 사업은 세계적으로 번창해야 하니까
앞으로 전망이 좋으니까
비도 바람도 무릅쓰고 배달 나간다
당신이 이곳에 와 별을 원하면
당신의 녹슨 하늘을 닦아
지금도 생생한 오리온좌를 큰곰자리를
견우와 직녀성을 보여줄 것이다
당신이 깨어진 술병처럼 날이 서
누군가의 발바닥을 찌르거나
헌 비닐봉지처럼 이리저리 뒹굴 때
당신의 불변 속으로
질 좋은 석탄 같은 잠을 화석 같은 잠을
수십 삽 퍼넣어줄 것이다
화력 좋은 꿈에 불도 당겨줄 것이다
이제 이 꿈의 체인점으로 오라
정 바쁘시다면 당신의 집 가까이서 찾아보라
당신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다
당신의 주문을 기다리고 있다
분명 당신의 집 근처에서
꿈의 체인점은 성업 중일 것이다
-전문(p. 174-176)
* 에스프리; 나의시_김왕노>에서 한 구절/ "시는 결국 그리움이다." (p. 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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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기획/ 문학과 사람이 선정한 한국 유수의 시인들, 詩와 에스프리
『내 생의 詩』 2022. 6. 10. 초판 1쇄 <문학과 사람> 발행
* 김왕노/ 1992년《매일신문》으로 등단, 시집『도대체 이 안개들이란』 외 15권이 있음,『복사꽃 아래로 가는 천년』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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