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시인의 시

검은 신이여/ 박인환

검지 정숙자 2022. 1. 22. 03:21

 

    검은 신이여

 

    박인환(1926~1956, 30세)

 

 

  저 묘지에서 우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저 파괴된 건물에서 나오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검은 바다에서 연기처럼 꺼진 것은 무엇입니까.

 

  인간의 내부에서 사멸된 것은 무엇입니까.

 

  1년이 끝나고 그다음에 시작되는 것은 무엇입니까.

 

  전쟁이 뺏어간 나의 친우는 어디서 만날 수 있습니까.

 

  슬픔 대신 나에게 죽음을 주시오.

 

  인간을 대신하여 세상을 풍설로 뒤덮어 주시오.

 

  건물과 창백한 묘지 있던 자리에

 

  꽃이 피지 않도록.

 

  하루의 1년의 전쟁의 처참한 추억은

  검은 신이여

  그것은 당신의 주제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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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현실』 2021-가을(85)호 <특집 기획/ 시인 박인환>에서

  * 박인환/ 1926년 강원 인제 출생, 1945년 서점 <마리서사> 개업, 1949년 합동시집『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발간, 1955년 『선시집』발간, 1956년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별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