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얼음 판화/ 박수현

검지 정숙자 2021. 1. 1. 02:36

 

 <2020, 제4회 동천문학상 수상자 대표시> 中

 

    얼음 판화

 

    박수현

 

 

  대기권 너머 몇 광년을 달려온 저 위험한 착지, 잠시 눈을 붙인 사이 육각형 프랙털들이 창에 가득하다 만화방창, 정교하고 규칙적인 꽃눈을 틔워 낸 얼음꽃들 후, 입김을 분다 김이 닿기도 전 저쪽에서 방울져 내린다 얼음 눈물이라, 느닷없이 당신을 울게 만들었던 기억에 소스라쳐 손가락을 뗸다 얼마나 오래 저 무늬는 결빙과 승화를 넘나들며 서로를 끌어안았을까 슬픔의 한쪽이 스러지며 맑은 코흐곡선을 그린다 인공 눈물로만 울 수 있는 핏발 선 내 눈 속에 눈꽃들이 피었다 눈부시다 잠깐 다녀간 그리움이 350,000피트 상공에서 얼어붙는다.

    -전문-

 

 

   * 심사위원: 문효치  지연희  이경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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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파 MUNPA』 2020-겨울호 <제4회 동천문학상 수상자/ 대표시> 中

   * 박수현/ 2003년 『시안』으로 등단, 시집 『운문호 붕어찜』 『복사뼈를 만지다』 『샌드 페인팅』, 연합 기행시집 『티베트의 초승달』 『밍글라바 미얀마』 『나자르 본주』등